늘 춤사위와 기풍은 고풍스러웠다. 5년에 걸쳐 독창적인 춤과 음악 이론을 정립한 그가 이제 완벽한 상용화로서 ‘만개’를 제시한다. 이 무도계 이단아를 기다린 추종자들의 궁금증도 하나다. 댄스 가수와 준수한 앨범 아티스트 정체성을 모두 확보한 그에게 어떤 방법론이 또 남아 있을까. 고요함과 흥을 포용적으로 섭렵한 제시 웨어의 해답은 기존과 같으니, 제임스 포드의 손을 맞잡고 디스코 등 리듬의 척수를 뽑아내어 뼈대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여전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이번에는 가창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
먼저 비슷하지만 미묘한 층위를 둔 이전 두 개 작품으로 준비 운동을 권한다. 다른 동료들이 가쁜 호흡을 지닌 1970년대 후반 리듬에 화학적으로 정제된 선율을 덧붙이기 급급했다면 그는 계획부터 장기적이었다. < What’s Your Pleasure? >는 조심스럽고 정교하게 설계한 무대 위 우아하게 내디딘 첫 발걸음이고, < That! Feels Good! >은 그 접근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계획된 절정이다. < Superbloom >은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적 변용에 있어서는 독창적이었던 이 ‘디스코 트릴로지’의 마무리. 뜻밖에 총론의 집대성보다 그 양상은 제시 웨어 해설서에 가깝다.
일단 인상은 화려하다. 전체적 짜임새를 돋보이게끔 신경 쓴 인트로와 트랙 간 사운드 접합, 명작영화 < 석양의 무법자 >의 메인 테마를 투명하게 재해석한 ‘Ride’ 등 눈길을 잡아끄는 요소가 배치되었다. 그래도 절정은 반짝이는 미러볼이 존재감을 반짝일 때다. 여러 소스를 정성껏 버무려 만든 뮤지컬 스타일의 ‘Superbloom’과 간주를 가르며 관능과 정열의 세계로 운행하는 ‘Sauna’가 앨범 중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꽃이 만개한 정원에 등장한 아폴론의 태양 마차, 앞다투어 여기 동승한 요정들, 고삐를 붙잡고 무아지경으로 이끄는 선두의 제시 웨어. 이미지가 분명하니 자기 반복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유토피아에 도착해 마침내 폭발한 주최자의 참된 열정은 가창이었다. 도나 섬머 모방 욕구가 순수하고 담대하게 담겼지만 제 스타일을 갖추려고도 노력했다. 전반부 ‘I could get used to this’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트랙들의 목소리 방향성을 지휘하면 이어지는 ‘Mr. Valentine’ 등의 트랙에서 완숙한 완급 조절을 선보인다. 이런 가창 집중은 당연히 형식에서 불균형을 초래한다. 모성애를 담은 ‘16 summers’는 진심을 전달하기 충분한 트랙이고 비트부터 배리 매닐로우 ‘Copacabana’의 추억이 느껴지는 ‘Don’t you know who I am?’도 아이디어와 가창력은 흡족하지만, 이 성인 가요들은 거센 몸짓에 집중한 이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빼앗는다.
일관적이고 치열하게 마감된 전작의 만듦새와 비교하면 듬성하지만 제시 웨어의 댄스 미학에 흠집 낼 정도는 아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강점기를 회상하며 단절 극복을 도와준 활기찬 디스코 리듬을 떠올릴 것이고, 이 어둑한 시기 부드럽고 다채롭게 플로어를 어루만진 그의 역할을 기억할 것이다. 빼어난 리듬, 극적인 구성, 현대 일렉트로닉 요소, 세밀한 보컬 구성까지 담긴 < Superbloom > 역시 다시금 이를 되새기기에 부족함은 없다. 물론 이와 관계없이 어디서든 각자의 온도대로 몸을 까딱거린다 해도 목적 달성이다.
-수록곡-
1. The garden prelude
2. I could get used to this [추천]
3. Superbloom [추천]
4. Automatic
5. Chariots of love interlude
6. Sauna [추천]
7. Mr. Valentine [추천]
8. Love you for
9. Ride
10. Don’t you know who I am?
11. 16 summers [추천]
12. No Consequences
13. Mon Amou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