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할 것이 우려됐다. 데뷔 앨범 < Devotion >에서 선보인 스타일이 무척 뚜렷했기 때문이다. 다운템포, 콰이어트 스톰, 소피스티 팝 등 다양한 장르가 섞인 결과물은 하나의 명칭으로 서술하긴 어려워도 제시 웨어(Jessie Ware)만의 명확한 브랜드를 창출하고 있었다. 곡들의 골조는 말랑말랑했으나 어조는 견고하고 확실했다. 특별히 노선을 바꾸지 않는 이상 2집에서도 그런 음악을 시도할 것이 명약관화했다. < Tough Love >는 예상을 비껴가지 않은 모양새를 나타낸다.
스타일의 답습은 리드 싱글 'Tough love'를 통해 예고됐다. 노래는 언뜻 신디 로퍼(Cyndi Lauper)의 'Time after time'이 연상되는 신시사이저와 가녀린 보컬, 미니멀한 리듬을 통해 투명한 대기를 조성한다. 1집 수록곡들과 다르지 않다. 두 번째 싱글 'Say you love me'는 R&B를 기반으로 하지만 반주의 부피를 최소로 설정해 제시 웨어의 음성과 순수함을 강조한다. 후반부에 악기들의 소리가 커지고 코러스가 더해지면서 록과 가스펠의 느낌이 추가되는 점이 색다를 뿐이다. 나머지 노래들에서도 전작에서 주장한 여백의 미덕이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예상과 다르지 않지만 앨범은 결코 식상하지 않다. 이것이 < Tough Love >가 보유한 통쾌한 반전이다. 용의주도한 믹싱과 정교한 사운드 레이어링으로 완성한 입체감과 공간감은 정말 기막히다. 'You & I (Forever)'는 환한 공명과 갈매기의 울음소리처럼 들리는 프로그래밍 때문에 마치 바닷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며, 'Sweetest song'은 거리를 두고 울리는 코러스와 신시사이저의 편평한 연결로 스산함을 연출한다. 'Pieces'도 강약이 확실히 구분되는 현악 연주,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불편한 신스음 등으로 청취자를 황량한 대지로 인도한다. 데뷔 앨범 때의 강점은 2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하다.
무른 듯하면서도 강한 장악력을 보이는 제시 웨어의 보컬은 노래의 풍미를 더한다. 음성은 부드러우나 터질 때 터지고 곡을 슬기롭게 주도해 나가는 가창력 덕분에 곡들이 내는 멋이 배가된다. 'Keep on lying'의 후렴에서는 아주 잠깐의 틈을 줌으로써 화자의 불안한 심경을 기술적으로 표출하고, 'Desire'는 단어를 뚝뚝 끊어 내뱉다가 이후에는 여음에 주안을 둬 사랑의 섬뜩한 욕망을 표현한다. 'Champagne kisses'에서의 강건한 가성과 배킹 애드리브는 그야말로 매혹적이다. 그녀가 대단한 보컬리스트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전과 차이 없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근사해 만족스럽다. 그윽한 멜로디, 특유의 청아한 달콤함, 빼어난 보컬 모두 그대로다. 더불어 신스팝('Want your feeling'), 바로크 팝('Keep on lying'), 뉴에이지와 드림 팝('Champagne kisses'), RBR&B('Desire') 등 다양한 양식을 겸비해 자신의 퓨전 작풍을 공고히 한다. 한 번의 경험이 있지만 아직도 신선하게 느껴질 만큼 여전히 오묘하다.
-수록곡-
1. Tough love [추천]
2. You & I (Forever) [추천]
3. Cruel
4. Say you love me
5. Sweetest song [추천]
6. Kind of…sometimes…maybe
7. Want your feeling
8. Pieces
9. Keep on lying [추천]
10. Champagne kisses [추천]
11. Des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