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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s Cryin'
비와이(BewhY)
2026

by 박승민

2026.06.20

힙합과 종교의 결합은 예로부터 래퍼들이 탐해 온 소재다. 신명기를 토대로 죄악에 흔들리는 마음을 풀어낸 켄드릭 라마의 < DAMN. >, 성스러움과 속됨이 공존하는 복잡다단한 인물의 초상인 카니예 웨스트의 < The Life Of Pablo >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는 교인의 자부심을 음악에 투영해 왔던 비와이가 계보를 잇는다. 허나 굳은 믿음을 간직한 채 성공 가도를 달렸던 그는 생경한 시련을 마주하고 산산이 무너졌다. 동료의 배신과 막대한 손실을 겪고 맨바닥에 도달해 무릎을 꿇을 즈음 떨군 한 방울의 눈물이 재기의 실마리가 되었다. 그것도 그간의 모든 굴곡이 이 발아를 위한 밑거름이라 느껴질 정도의 극적인 결실로.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복음 12:24).


서사 자체는 간단하다. 인트로 ‘Sweet escape’부터 ‘둘 중에 나는 대체 어디 쪽, 실패한 놈이거나 실패해본 놈’이라는 가사로 구체화한 재도약의 궤적은 크고 작게 반복되며 일관된 흐름을 이룬다. 이어 ‘머리맡에’로 주제 의식인 성(聖)과 부(富) 사이의 갈등을 바로 제시하는 시작이 대단히 탁월하다. 목적지를 일찌감치 밝혀 매끄러운 감상을 도우면서도 그 여정을 다채롭게 꾸려 흡인력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데자부 그룹 해체까지의 이야기에 덧붙인 팬데믹 당시의 실패담은 래퍼 비와이로 살아간 십여 년을 그대로 도려낸 기록과도 같다. 특히 세 수장의 레이블 영입 제안마다 올라가는 위상을 묘사한 ‘악수’는 상승 곡선이 정점에 이르는 순간의 쾌감과 결말을 아는 청자의 안타까움이 겹쳐 단번에 몰입을 제공한다.


이러한 개인의 극복 과정에 한국 힙합을 향한 제언을 담은 두 곡을 눈여겨보자. ‘배있길 보우’ 속 구원을 청하는 주인공의 목소리에 포개진 오케이션의 버스(verse)는 중독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온 탕아의 애타는 간증으로 들려온다. 어느새 주류 문법이 되어 버린 트랩 클리셰를 따라 한 다음 ‘난 그들 사이 못 껴 애비와 개독이란 명목으로’라는 라인으로 반전을 완성하는 ‘Am I’도 동일한 맥락에 있다. 대중과 장르 팬의 지지를 같이 획득했던 비와이이기에 지니는 설득력이다. 단순한 플로우와 단어마다 첫음절을 뭉개는 극단적인 라이밍으로 갖춘 리듬감은 그가 모사하는 트래퍼들의 평균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으며 풍자 효과를 극대화한다. 여기에 결국 가장의 책임을 강조해 본래 궤도로 돌아가는 균형 감각 역시 놓치지 않았다.


여러 경로를 거친 딜레마의 출구는 의외로 명료하다. 앨범의 정중앙에서 ‘현석이 형’의 입을 빌려 다른 신앙인의 오독을 드러내는 ‘공수레공수거’ 직후 ‘알면서도’로 울분을 토해내는 전개는 강렬함과 섣부름을 함께 지닌 양날의 검이다. ‘그렇담 주시지 낙타보다 큰 바늘 Bust down’이라며 고뇌를 매듭짓는 일순의 희열은 분명 강하지만 가족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계속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긴장감을 유지하려면 다소 과할지언정 뒤이은 ‘아비가’부터 자극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톤을 바꾸고 발음을 흘리는 방식 또한 보완점이 존재한다. 친절히 이정표를 제공했던 초반부와 달리 청각적 쾌감에 치중한 래핑과 다양한 모티프를 압축한 수사가 맞물려 즉시 뜻을 읽어내기 어려운 탓에 발생하는 충돌이다.


그럼에도 전날의 장대한 오케스트라를 벗어나 감행한 전환이 값진 성취로 남았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음반 전체를 직접 프로듀싱해 제시한 방법론은 < 032 Funk >의 펑키함에 전자음악식 사운드 디자인을 더한 형태다. 주로 뒷박에 기타 리프를 배치함으로써 빚어낸 특유의 그루브와 어우러지는 리드미컬한 랩이 비와이의 새로운 스타일을 규정한다. 대립쌍을 형성하는 ‘찾으니’와 ‘M.O.L.T.’에서 에너지와 언어를 조화시켰다면 내러티브에 초점을 맞춘 트랙은 하나의 루프에 단출한 드럼을 곁들이는 기성 힙합의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집중을 유도한다. 아련한 분위기의 ‘2ways’와 엔딩 ‘Shosanna’에 다다라서는 돌출된 요소가 줄어들며 여운에 잠기게 된다. 상술한 과잉 구간 덕에 도리어 각별히 다가오는 낙차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편 126:5).


< Pop Is Cryin' >, 아버지는 울고 있다. ‘아비가 된 아들’ 비와이, 소중한 자식의 안녕을 기도하는 부친 그리고 하나님. 이 연결이 그려낸 이병윤의 지난한 성화(聖化)이자 고난을 예술로 승화한 성화(聖畫)는 종교적인 동시에 그렇지 않다. < The Movie Star >의 장엄한 서사시를 지운 후 다시 써 내려간, 아직 불완전한 이의 회고록에 가까운 작품은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인간적인 까닭이다. 여전히 그는 많은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했다. 과거의 풍요를 회복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이며 10년 전의 영광을 되찾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완의 지점은 곧 성장의 여지를 의미함을, 또 세속적인 고백이 때로 제일 큰 울림으로 이어짐을 우리는 거듭 목도해 왔다.


-수록곡-

1. Sweet escape

2. 머리맡에 (Feat. 한별)

3. 찾으니

4. 외

5. 배있길 보우 (Feat. 오케이션 & Molly Yam) [추천]

6. 악수 [추천]

7. Am I [추천]

8. 공수레공수거

9. 알면서도 [추천]

10. 아비가

11. Southside freestyle

12. Stigmata

13. M.O.L.T [추천]

14. 2ways (Feat. untell) [추천]

15. Shosanna 

박승민(pvth05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