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봉우리에 도달한 이가 이제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 K-Flip >과 KC 레이블 컴필레이션으로 한국 힙합 신의 레이지 흐름을 주도한 식케이에게 작년 한 해는 의미가 깊었다. < Album On The Way! >부터 이어 온 장르 재가공을 통해 음악성과 상업성을 쟁취했고 레퍼런스와 관련한 불편한 꼬리표까지 떼어 낸 개인적 성취도 분명했다. 스스로를 증명해야 했던 영토를 정복했으니 그의 눈에 커리어 초기부터 파헤친 사랑의 이면이 들어오는 것도 예정된 수순이다. 정규 4집 < 6Seoul >은 그렇게 기존의 알앤비 문법과 현재의 본능적인 감각을 품는다.
첫 곡 ‘2AM in ITW’이 예고하듯 신보는 새벽 2시의 도심 속을 향한다. 초반부 트랙들이 황량한 분위기의 윤곽을 잡은 채 욕망으로 뒤얽힌 노랫말과 이를 품은 사운드가 유영하는 형식이다. 외설적이면서 직관적인 가사로 감싼 ‘느끼는척하지마’와 ‘마법’에서 절제된 보컬이 앨범의 기조를 형성하고 악기들도 최소한의 변형을 거치며 수록곡들 간의 격차를 없앤다. 몽롱함을 피우는 일련의 흐름에 크러쉬와 딘의 조력으로 감미로움을 챙긴 ‘Player’와 ‘Stay on fire’까지 트랩 알앤비에 원숙해진 식케이의 제작법이 곳곳에 배어 있다. 작년의 날 선 모습과는 대척점에 놓인 구조지만 전반적인 완성도가 그 위화감을 상쇄했다.
돌출 구간을 배제한 방향성은 답답함 또한 내포한다. 일관성과 단조로움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중반부의 밋밋함이 후자에 무게를 싣는다. 사운드는 깊어졌으나 보컬의 운용력은 옅은 ‘눈감아줄게’에 이어 객원 래퍼들의 참여에도 동일한 감상점을 남기는 ‘M.I.A’가 완급을 조절하지 못하니, 관계의 혼란을 비추는 ‘Somesomesome x3’과 ‘Daydream’이 최고치의 감정선을 감당하기에 무리가 생긴다. 직선적인 진행이 하나의 무드를 완성했지만 그 안에 개별적인 매력까지 지워진 것은 별개의 문제다. 확실한 의도에 비례하는 섬세한 구현이 필요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평탄한 표면에 균열을 내고 전개와 음성 모두 상승하는 ‘Namsan tower’의 등장이 만족스럽다. 다른 트랙들과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2절에 들어선 격정적인 멜로디를 분출하며 누적된 피로감을 날렸다. 이 곡이 마련한 빈틈 덕에 ‘Toxick’은 간결한 비트 위로 연인에게 얽매인 감정을 밀도 있게 그렸고 날카로운 신시사이저를 주입한 ‘That is me’는 배신감으로 얼룩진 속내를 풀어내기에 용이했다. 서울 저변의 향락과 공허함이 뒤섞이는 지점에서 비교적 차분한 구성의 ‘Places & exes’ 역시 펼쳐 놓았던 사랑의 양면성을 갈무리한다.
외부로부터 취득한 식케이의 영감이 내부에서 결속되기 시작했다. 릴 모쉬핏과 함께한 자극적인 레이지 돌풍 이후 토론토의 알앤비 스타일을 접목한 이번 앨범은 전작들의 궤적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접점의 현지화까지 놓치지 않는다. 커리어를 관통하는 프로듀서들과 꾸린 트랙들 사이에는 주연의 활약이 몽환적인 세계에 맥락을 부여하고, 완연한 플로우에선 불편할 수 있는 행간마저 개성의 영역으로 편입된다. 다듬을 만한 부분도 발견되지만 트렌드의 경계를 훑던 그가 자신만의 표현을 중심에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금은 불안해도 머릿속 구상을 현실로 옮겨 가는 착실한 몸짓이다.
-수록곡-
1. 2AM in ITW
2. 느끼는척하지마
3. 마법
4. Player (Feat. Crush) [추천]
5. Better
6. Stay on fire (Feat. DEAN) [추천]
7. 눈감아줄게 (Feat. 김하온(HAON))
8. M.I.A (Feat. 김하온(HAON), JMIN)
9. Somesomesome x3
10. Daydream
11. Namsan tower (Feat. LEY) [추천]
12. Toxick
13. That is me [추천]
14. Places & exes
15. Trap (Feat. Jimmy Pai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