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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ve+
아이브(IVE)
2026

by 한성현

2026.03.09

아이브를 정통파로만 생각하는 것은 이제 낡은 레퍼토리다. 대부분 간과하지만 상징적인 히트곡 ‘Love dive’부터 흔한 아이돌 음악은 아니었고 2010년대 초반 걸그룹 작법의 극한을 달린 ‘I am’의 이면에도 ‘Kitsch’가 있었다. 조금 섣부르다 싶은 시점에 ‘Baddie’로 감행한 변신이 ‘해야’를 거쳐 ‘XOXZ’까지 이어졌으니, 힙합 트랙을 일탈로 치부하기에 이들은 이미 많이 와버린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행진가 정신이 K팝과 조우했을 때 눈치껏 ‘Rebel heart’를 외친 팀 아닌가. 리드 싱글 ‘Bang bang’이 한쪽 노선을 나쁘지 않게 맡았으니 자연스레 기대한 역할은 속시원한 팝 트랙이다. 프리코러스에서 팽창시킨 부피가 무색하게 곧바로 얌전해지는 후렴 진행으로 보아 ‘Blackhole’은 ‘I am’의 속편을 의도한 곡은 아닌 듯하다. 아예 새로운 챕터를 여는 시도? 뮤지컬 식의 구성을 단서로 삼기엔 각 파트 간 매끄럽지 못한 이음새가 걸린다. 즉 날뛰어야 할 때 잠잠하고, 정돈되어야 할 순간에 어수선하다.

A사이드 단체 트랙은 대체로 심심했던 첫 정규 앨범 < I’ve IVE >에 비해 재밌을 요소를 나름 살렸으나 ‘Blackhole’의 약한 인력을 만회하는 수준은 아니다. 위로와 격려를 논하는 ‘숨바꼭질’의 가사는 긴박한 분위기와 평행선을 달리고, ‘Fireworks’의 친근한 선율은 노래 자체보다 콘서트 피날레를 먼저 고려했음이 느껴진다. 제목처럼 ‘부활’이 감지되는 지점은 멤버들의 장악력이다. 과거에는 스타일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하드웨어가 방어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그룹 음악과의 중복을 최소화하면서도 맞춤 재단한 솔로 넘버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사운드의 매서움이 놀랄 정도인 장원영의 ‘8’과 이를 앙증맞게 비튼 이서의 ‘Super icy’, 특기인 보컬을 살린 리즈의 ‘Unreal’과 영미권 걸그룹의 패턴을 따르는 안유진의 ‘Force’까지. 완성도를 떠나 저마다 개성이 확실하다. 특히 주목할 대상은 가을과 레이. 여린 음색을 살려 몽환성을 흡수한 ‘Odd’, 국적성과 랩 퍼포먼스를 최신 장르 디지코어에 쏟아부은 ‘In your heart’는 캐릭터 재발견에 그치지 않고 운용 극대화까지 밀어붙인다.

생각해 보면 커리어 초기 역량을 의심받던 팀이 시간이 흘러 실력을 증명하는 것도 K팝의 유구한 서사다. < Revive+ >에 보이는 부단한 노력은 아이브를 돌고 돌아 가장 고전적인 영역에 놓지만 이러한 관계 역전은 곧 아웃풋이 개개인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현 상태를 또한 조명한다. 체급과 음악의 교차점을 앞두고 점차 낮아지고 있는 이들의 기울기, 새 그래프를 그려야 할 때가 성큼 찾아왔다.

-수록곡-
1. Blackhole
2. Bang bang [추천]
3. 숨바꼭질 (Hush)
4. 악성코드 (Stuck in your head)
5. Fireworks
6. Hot coffee [추천]
7. 8 (장원영 솔로)
8. Odd (가을 솔로) [추천]
9. Super icy (이서 솔로)
10. Unreal (리즈 솔로)
11. In your heart (레이 솔로) [추천]
12. Force (안유진 솔로)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