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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Be Dumb
에이셉 라키(A$AP Rocky)
2026

by 한성현

2026.02.20

에이셉 라키에게는 멋이 있다. 훤칠한 외모와 뛰어난 옷차림, 어딘가 감각적인 활동명, 그리고 결정적으로 희뿌연 무드의 클라우드 랩을 주류로 끌고 온 음악적 센스가 뭉쳐 그를 더없이 쿨한 래퍼로 만들었다. 현재 세기의 라이벌이 된 드레이크와 켄드릭 라마가 초기 히트곡 ‘Fuckin’ problems’에 공동 부사수로 나설 정도였고, 한때 라나 델 레이의 뮤즈를 거쳐 지금은 팝 아이콘 리아나의 연인 자리까지 꿰찼다.

< Don’t Be Dumb >은 결이 다르다. 영화감독 팀 버튼에게 의뢰한 앨범 아트워크, 1990년대 비디오 게임을 오마주한 ‘Punk Rocky’와 ‘Helicopter’의 싱글 커버, 옛 MTV 스타일을 차용한 뮤직비디오만 봐도 그는 이제 요란함을 거부하지 않는다. 음악적으로도 그렇다. 현 힙합의 주류가 된 레이지를 비롯해 사이키델릭에 이르기까지, 자유분방한 샘플 사용이 돋보인 전작 < Testing >에서 내비친 변화의 조짐이 본격화한 양상이다.

가벼워진 무드를 발판 삼아 그는 스타팅 포인트부터 날쌔게 뛰어다닌다. 같은 크루원과의 갈등이 촉발한 재판을 언급하는 ‘Order of protection’으로 몸을 푸는 주인공은 ‘Helicopter’로 ‘요즘 것들’을 쓸어버리더니 플로우 도용범을 노리는 ‘Stole ya flow’에서는 드레이크를 표적으로 삼았다. 꼭 좌우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횡스크롤 게임의 모범 플레이를 감상하는 듯하다. 에이셉 라키가 게임 캐릭터였다면 직업은 아마 도적일 테다.

문제는 튜토리얼 뒤의 유지력. ‘Stole ya flow’ 이후 엇비슷한 트랩 지대가 등장하면 재미는 예상보다 더 빨리 사그라들고, 드림 팝에 펑크 록 기타를 덧붙인 ‘Punk Rocky’의 고군분투를 끝으로 앨범은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한다. ‘Whiskey’는 데이먼 알반의 가상 밴드 고릴라즈를 초빙한 것이 무색하게 대단히 지루하며 재즈 사운드 위에서 도우치와 강도단을 연기하는 ‘Robbery’는 갑작스러운 미니 게임처럼 그 등장이 뜬금없다. 오픈 월드로 넓어지는 스테이지에서 초점을 명확히 두지 못했다.

전반과 후반의 격차는 사실 작금의 래퍼 대부분이 공유하는 바다. 전반적인 만듦새나 싱글 단위의 확고한 킬링 트랙을 고려하면 에이셉 라키의 처지는 비교적 낫다고 볼 수도 있으나 관습적인 허술함에 빠져버린 그의 모습은 ‘멍청한 짓 하지 말라’는 앨범 제목과 꽤 상충한다. 별 수 있겠나. 모든 호불호를 관통하여 주석처럼 달리는 8년의 공백기를 탓할 수밖에.

-수록곡-
CD 1
1. Order of protection [추천]
2. Helicopter [추천]
3. Interrogation (skit)
4. Stole ya flow [추천]
5. Stay here 4 life (Feat. Brent Faiyaz) [추천]
6. Playa
7. No trespassing
8. Stop snitching (Feat. BossMan Dlow & Sauce Walka)
9. Stfu (Feat. Slay Squad)
10. Punk Rocky [추천]
11. Air force (Black DeMarco)
12. Whiskey (Release me) (Feat. Gorillaz & Westside Gunn)
13. Robbery (Feat. Doechii)
14. Don’t be dumb / Trip baby
15. The end (Feat. will.i.am & Jessica Pratt)

CD 2
1. Swat team
2. Fish n steak (What it is) (Feat. Tyler, the Creator & Jozzy)
3. Flackito jodye (Feat. Tokischa)
4. I smoked away my brain (I’m God x Demons mashup) (Feat. Imogen Heap & Clams Casino)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