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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love
미카(Mika)
2026

by 박수석

2026.02.15

미카의 음악에는 언제나 온기가 가득하다. 대표곡 ‘We are golden’만 보아도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전하는 찬가이고, ‘Happy ending’은 제목과는 다르게 비극적인 결말을 동화 같은 멜로디로 예쁘게 덧칠했다. 그러나 < My Name Is Michael Holbrook > 이후 7년의 세월은 많은 것을 빠르게 바꿔놓았다. 이 팝계의 긍정주의자는 마냥 쾌활해 보이던 모습 대신 조금은 차분하고 진지한 눈빛으로 풍요와 결핍이 공존하는 현실을 바라본다.

풍성한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선사하던 환희는 자취를 감추고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비트가 규칙적으로 진동한다. 3집 < The Origin Of Love > 즈음부터 이어온 일렉트로 팝의 노선이지만 이 정도로 밀어붙인 적은 없었다. 피아노와 찢어지는 베이스가 결합한 ‘Modern times’와 오토튠을 적소에 배치한 ‘Spinning out’, ‘All the same’은 공허한 자극으로 점철된 과잉의 시대를 건조하게 그려낸다. 기존 이미지와 대비되는 만큼 곡이 던지는 경고가 한층 서늘하게 다가오는 것은 덤. 항상 웃던 사람의 무표정이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법이다.

이토록 세상이 달라진다 한들 낙천적인 천성을 속이지는 못한다. 분열과 고립 속에서도 희망을 길어 올리는 동력은 상냥함과 발랄함으로 똘똘 뭉친 기질에서 샘솟는다. 통기타의 아르페지오가 부드럽게 감싸는 ‘Take your problems with you’와 경쾌한 스트로크의 ‘Bells’가 그 산물이다. 오늘날 힘을 잃은 공감과 위로의 가치를 상기하는 한편, 다정한 선율을 타고 흐르는 행복은 아무리 염세적인 사람이라도 미소 짓게 만드는 생기를 뿜는다.

“우리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잖아요?” 

1992년 LA 폭동 당시 로드니 킹의 이 간청은 아직까지 요원한 바람으로 남아있다. 갈등이 없어질 날은 없겠지만, 분노와 냉소에 부쩍 지친 요즘 어느 때보다 이해와 관용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렇기에 < Hyperlove >가 내린 결론은 소중하다. 다소 진부할지라도 결국 답은 사랑에 있음을 설파하는 미카의 음성은 차가운 전자음을 뚫고 끝내 낙관으로 나아간다. 변함없이 푸르른 그의 진심이 반갑다. 

-수록곡-
1. Hyperlove 
2. Modern times [추천]
3. Spinning out 
4. Excuses for love [추천]
5. Interlude everything’s beautiful
6. All the same
7. Dreams
8. Science fiction lover
9. Take your problems with you [추천]
10. Interlude please take your problems with you
11. Nicotine
12. Eleven
13. Bells [추천]
14. Interlude immortal dream
15. Immortal love
박수석(pss1052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