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신의 래퍼 더 키드 라로이의 이번 앨범은 삶에 많은 변화를 초래한 이별의 여파를 다룬다. 본래 계획이었던 < Watch This! >의 발매는 전 연인 테이트 맥레이와의 결별 이후로 폐기됐고 그는 지난날의 상실감을 토로하는 쪽으로 정규 2집을 수정했다. 우울의 정서가 주된 만큼 특유의 직관적인 래핑을 대신해 절제된 보컬을 내세웠고 음악은 저스틴 비버와 포스트 말론 풍의 2010년대 힙합 알앤비를 기준으로 삼았다. 대표곡 ‘Stay’로 전 세계를 강타한 소년은 어느덧 성숙해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다.
음반의 매끄러움에 비해 총체적인 인상은 밋밋하다. 관계의 균열을 맞닥뜨린 슬픔에서 극복을 빙자한 체념으로의 흐름은 유연하며 이에 맞춰 쨍한 음색도 정갈하게 다듬었으나 정작 기억에 남는 구간은 적다. 랩을 대체한 보컬은 깊이를 취한 대신 톡 쏘는 매력을 내어줬고 알앤비를 중점으로 한 스타일의 변화도 장르 내 선구자들의 영향권에 머문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연상되는 작년 싱글 ‘How does it feel?’ 같은 음악적 탐색마저 사라졌으니 신보의 맥락은 익숙한 문법의 사운드를 그의 목소리로 재현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감정 전달을 우선하는 목표가 개성의 위축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단조로운 구조 속에서 활기가 솟는 순간은 팝적 감각을 적극 활용할 때다. 어쿠스틱 기타 위로 호소력 짙은 가창이 두드러진 ‘Private’와 1집에서 발현한 얼터너티브 힙합의 연장선 ‘Rather be’와 같이 변주를 주되 자신의 강점을 전면에 드러내는 트랙이 흥미를 돋운다. 콜드플레이의 명곡 ‘Fix you’를 재해석한 ‘A cold play’와 EDM 황금기 시절의 트로이 시반을 참고한 ‘I’m so in love with you’도 마찬가지다. 출처의 존재를 상쇄하는 당돌한 발상과 정체성 격인 멜로디와 래핑의 결합이 직선적인 진행에 생동감을 책임진다.
더 키드 라로이 음악의 핵심은 팝과 힙합의 경계를 오가며 특이점을 형성한 데 있었다. 날 선 기세를 뿜는 랩과 적당한 자극을 주는 가창의 절묘한 조합. 조금은 투박하더라도 포인트는 확실했던 그만의 특기는 많은 이들에게 가닿았지만 < Before I Forget >은 더 개인적이면서 덜 대중적이다. 내면을 깊게 파고드는 앨범의 성격상 장르적 전환이 설득력은 확보했어도 전반적인 차분함이 이전만큼의 흡입력을 견인하지 못한다. 특정 인물과의 연애사가 담긴 가사의 몰입감과 수록곡들의 유기성 등 여러 장점이 공허함으로 귀결되는 이유다. 감정의 응어리를 해소하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디스코그래피는 확장보단 정돈에 수렴했다.
-수록곡-
1. Me + you
2. July
3. Private [추천]
4. Come down
5. Rather be (Feat. Lithe) [추천]
6. A perfect world
7. 5:21AM (Feat. Andrew Aged)
8. A cold play [추천]
9. The moment (Feat. Clara La San)
10. Never came back
11. Thank god
12. I’m so in love with you [추천]
13. Maybe I’m wrong
14. Her interlude
15. Back when you were mi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