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Girls’를 통해 처음 정장을 맞춘 소년의 옷 매무새가 적당히 재단되었다. 저스틴 비버, 정국 등을 등에 업고 힙합과 얼터너티브 록 기반의 음악을 하던 그가 이제는 2000년대로 회귀한다. 드럼과 베이스 같은 리듬 악기가 형성하는 그루브 아래 목소리로 춤을 추는 모습, 이는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소울을 흡수해 첫 홀로서기를 하던 때를 연상시킨다. 최근 정규 앨범으로 2000년대 여성들의 음악을 복각한 테이트 맥레이와의 교제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을 거라 쉽게 추측해볼 수 있다.
배울 점이 많은 상대를 만나다 보면 성숙함은 자연스레 몸에 익는다. 스타일 전환 속 급진적으로 차분해진 편이지만 쏘아붙이는 보컬 톤과도 제법 어울린다. 몇 곡의 싱글을 통해 껑충 뛰다니던 이가 걸쭉한 목소리를 내도 이질감 없을 궤도에 올랐다. 그렇지만 곡당 3, 4분씩은 쏟던 20년 전을 2분에 집약하자니 짧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재현 이상의 무언가는 부재한 채 무난하다. 꽂히는 사건 없이 흐른 시간은 잊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