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키델릭과 테임 임팔라는 동의어였다. 그의 디스코그래피 기반에 항상 환상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은 형형색색의 앨범 커버만 보아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통해 변화가 조금씩 드러났다. 특히 원맨 밴드 체제의 중심 케빈 파커가 대부분을 프로듀싱한 두아 리파의 < Radical Optimism >에서 신비로움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대표적이다. 이때까지는 함께 하는 음악가들과 합을 맞추느라 본연의 색을 자제하는 것처럼 보였다.
허나 제목과 커버에서도 드러나듯 모노톤의 비트들이 사이키델릭의 자리를 차지했다. 호주의 레이브 문화인 부시 두프에서 영향받은 만큼 많은 곡에서 정박에 킥이 정직하게 등장하지만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쯤 변화를 꾀한다. 가볍게 통통 튀는 ‘Oblivion’과 풍부한 공간감을 형성하는 ‘Piece of heaven’ 모두 반복과 변주 속 친숙한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밀고 나간다. 대부분의 다른 트랙 역시 전처럼 특별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차용한 장르 문법을 충실히 이행하며 테임 임팔라의 < Honestly, Nevermind >가 되었다.
과거의 신비로운 순간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Dracula’는 < Currents >보다 옅지만 사이키델릭과 댄스 팝을 적절히 배합했고 화려한 구성도 녹여 냈다. 뛰어난 송라이팅 능력은 높은 가성을 활용하는 ‘See you on monday (You’re lost)’나 ‘End of summer’ 같은 후반부에 극대화되며 훌륭한 마무리로 귀결된다. 사운드가 주목받았던 과거와 다르게 먼저 들리는 보컬,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루프가 안정감을 형성해 강조되는 멜로디 모두 쉽게 받아들이기 위한 역할을 수행했다. 결국 반복은 능력 부족이 아닌 의도된 방향이었다.
이름에서 오는 기대감이 거대했고 예상했던 그림과 달랐을 뿐이지 < Deadbeat >는 그의 다음 경로를 알리기에 적합한 결과물이다. 커리어 최초로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고 앨범차트 6개 부분에서 1위에 오른 모습은 이에 대한 증거다. ‘Not my world’와 ‘Ethereal connection’에서 시대의 흐름을 수용하고 레이브 파티의 디제이를 자처한 것처럼 그는 이제부터 독립된 영역에서 나와 팝의 흐름과 어울리고자 한다. 많은 사람을 위한 테임 임팔라는 누군가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아닐 것이다.
-수록곡-
1. My old ways
2. No reply
3. Dracula [추천]
4. Loser
5. Oblivion
6. Not my world
7. Piece of heaven [추천]
8. Obsolete
9. Ethereal connection
10. See you on monday (You’re lost) [추천]
11. Afterthought
12. End of summer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