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Pullup To Busan 4 More Hyper Summer It’s Gonna Be A Fuckin Movie
에피(Effie)
2025

by 이재훈

2025.10.26

복고, 다른 말로 리바이벌은 근래 음악 흐름에 중요한 주제다. 그중 눈여겨볼 부분은 단연 Y2K다. 특히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은 2000년대 반짝했던 일렉트로클래시를 복각하며 작년을 뜨겁게 달군 하이퍼팝의 기세를 이어받았다. 에피도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큰 반응을 만들었다. 전작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그는 이제 자신의 색을 더 강하게 투영한다. 


앨범은 강도에 따라 절반으로 나뉜다. 앞선 세 곡은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전보다 난폭하게 몰고 간다. ‘More hyper’에서 아슬아슬할 정도로 높아지는 음정, ‘2025기침’의 공격적인 가사, ‘Can I sip 담배’에서 직접 내는 원숭이 소리 모두 듣는 즉시 반응이 엇갈리는 요소다. 난잡한 사운드까지 겹치며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었지만 필요 이상의 과격함이 전체를 지배하지 않았다. 


후반부는 다시 < E >로 돌아온다. 모든 분량이 극단적인 맥시멀리즘으로 흘러가지 않고 만족도를 보장하는 영리한 선택이다. 자극적인 질감은 통일했지만 훨씬 정돈되었다. 트랩이 혼재된 ‘Let’s find a good manager’와 일렉트로 팝에 가까운 ‘Makgeolli banger’ 모두 차용한 장르 문법에 충실한 결과다. 전작처럼 전면에 나오는 멜로디와 더 큰 포부를 밝히거나 응원을 보내는 가사에서도 변화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각 구간의 마지막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 ‘Can I sip 담배’는 앞뒤의 교집합이 되어 서로 다른 둘을 연결한다. 여전히 지저분한 소리 사이에서도 중독적인 훅이 귀에 먼저 들어오고 ‘Down’처럼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며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청아한 피아노의 ‘Thankie thankie’는 마치 일기예보와 함께 나올 법한 분위기를 풍기며 또 다른 방향을 예고한다. 강렬한 톤을 꾸준히 낮추는 방향과도 일치하며 쉴 틈 없이 몰아치던 앨범을 마무리하는 트랙으로 적합했다. 


무시할 수 없는 체급으로 성장한 만큼 망설일 수 있는 시기였지만 오히려 과감하게 돌파했다. 세계적인 흐름에 잠식되지 않고 자신만의 활로를 찾는 과정으로 접어든 것이다. 개별 트랙마다 각자의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도 전체적인 결과물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 바라보는 목표는 더 멀리에 있다. 내년이 아니더라도 이른 시일 안에 바라던 것처럼 코첼라에서 이름이 보일지도 모른다. 


-수록곡-

1. More hyper

2. 2025기침 (Feat. ian kumming)

3. Can I sip 담배 [추천]

4. Let’s find a good manager [추천]

5. Makgeolli banger [추천]

6. Thankie thankie

이재훈(sngov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