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he Decade
데이식스(DAY6)
2025

by 신동규

2025.09.25

우리만의 이상이 누군가의 희망으로 바뀐 지난 10년. 꿈을 태운 네 청년의 일기는 그 간절함 만큼이나 너울도 거셌다. 꾸준히 다가갔으나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고, 와중 구성원 변동을 겪었으며 구별점을 낳은 큰 울타리는 동시에 한계로 작용, 무엇보다 아이돌 밴드라는 양면의 수식을 짊어져야 했다. 그렇게 몇 해가 흘렀고, 마침내 대중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간결하고도 명쾌한 선율과 나를 향해 부르는 듯한 노랫말은 세대를 아울러 위안을 전했고, 역주행 서사는 밴드 신 전반의 상승 흐름과 맞닿아 그간의 설움을 통째로 날렸다. 데이식스의 열 번째 달력은 그렇게 채워졌다. 


6년 만에 발매한 네 번째 정규 앨범 < The Decade >는 직관적인 제목 그대로 지금까지의 여정을 담는다. 이번에도 위로와 용기 그리고 청춘이 주된 정서, ‘우리가 그랬듯 포기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에게도 좋은 날 찾아올 거예요’와 같은 식이다. 이름이 알려지기 전, 주변의 충고 혹은 잔소리에 숱하게 떠올렸던 생각들을 이제야 터놓는 한편 오늘날 각자의 분야에서 똑같이 아파할 젊음에 공감을 설득하는 이중의 가사는 당장의 구실과 자신의 표상을 보기 좋게 버무린다. 아무렴 좋다. 그러나 명분과 메시지를 떠나 이를 담은 음악이 자립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렵다. 과거를 향할 수밖에 없는 의도에 발맞춰 역사 속에서 찾은 힌트들은 본인의 명의가 되지 못한 채 시도로 남는다. 상업 성과를 겨냥한 ‘꿈의 버스’는 차치하더라도 젊은 세대의 시티팝 감수성을 의식한 ‘해야 뜨지 말아 줘’나 1970년대 말 디스코를 참조한 ‘Disco day’, 1980년대를 상징하는 리버브 드럼으로 팝 록을 표방한 ‘Take all my heart’, 오아시스의 잔상에 갇힌 ‘별들 앞에서’, 새천년 펑크(Punk)의 직선 매력을 담은 ‘My way’까지 10년 단위에서 구성의 재치를 찾은 모습이나 그 비율이 과하다. 연이은 ‘날아라! 드림라이더’의 디앤비(DnB) 사운드가 되레 엉뚱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며 ‘드디어 끝나갑니다’와 ‘우리의 계절’의 진심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결국 가사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환경. 본격 정주행을 알렸던 < Fourever >의 힘찬 연주가 그립긴 해도 ‘Happy’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에서 나아간 노랫말이 정규 음반의 늘어난 부피만큼 폭넓어졌다는 점만은 위안이다. 돌아보니 그동안은 ‘자기’라는 수식을 얻기 위한 사투에 가까웠다. 그리고 끝내 얻어냈다. 작품을 빌려 자축을 꾀했다면 본인 이야기와 연주가 뒷받침하는 ‘자기’만의 음악이 함께 해야 한다. 밴드, 특히 데이식스가 가진 이미지상 두 요소가 모두 충족되지 않을 땐 그 깊이가 고스란히 가닿지 못한다. 애써 품은 상징이 이렇게 휘발되기에는 서로가 아깝지 않은가. < The Decade >는 음악보다 박수 소리가 더 크다.


-수록곡-

1. 꿈의 버스 [추천]

2. Inside out

3. 해야 뜨지 말아 줘

4. Disco day 

5. My way [추천]

6. 별들 앞에서

7. Take all my heart

8. 날아라! 드림라이더

9. 드디어 끝나갑니다 [추천]

10. 우리의 계절


신동규(momdk778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