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프로듀서를 만나는 것도 능력이자 복이다. 집도의의 손짓에 따라 수술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지지 않던가. 2년 전 구름을 프로듀서로 세운 < 클라우드 쿠쿠 랜드 >로 음악적 변신을 이뤘다면, 이번에는 밴드 만동의 베이시스트 송남현을 같은 자리에 앉혀 리듬감에 강세를 둔다. 박자를 생성하는 타악기와 키보드, 반도네온이 신선한 인트로를 만든 ‘젊은 나와 춤을 춰요’엔 두 뮤지션의 만남이 반가운 이유가 모두 담겼다. 훌륭한 가사와 번뜩이는 청각적 경험, 이는 한 곡 넘어 앨범 전체에 고루 퍼진 장점이다.
앨범 제목에서 점지할 수 있듯, 약 4년 전부터 정우의 공연에서 불리던 ‘철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EP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타이틀에서 기존 포크 성향으로 뼈대를 갖춘 채 살결은 환골탈태를 이루었다. 덕분에 독백에 가까운 대사도 문장의 힘에만 의존하지 않고, 타격에 초점을 둔 음악적 표현에 의해 풍성해졌다. 자책하는 청춘에 공감을 사는 메시지가 멜로디와 만나 값진 효과를 낳는다.
이렇듯 포크의 잔잔한 물결 아래 언어의 미학이 피어난 1집과 비언어적 마력이 휩쓴 2집 사이의 적절한 배합이 본작의 핵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포획하며 확장하는 사이, 화자로서의 자아도 놓지 않는다. 단순 가사를 말하는 것뿐은 아니다. ‘Void’ 같은 곡을 보면 보컬로서 문장을 운용하는 목소리, 그 표현력이 자유자재로 넘실댄다. 음산한 숲에서도 힘을 잃지 않는 꾀꼬리처럼 도입부터 청아한 톤으로 고저를 확실히 맺는다.
부러질 것 같이 달리는 생애에게 쉬어 갈 틈을 마련해주는 이 희곡은 기승전결이 모두 아름답다. 앞서 네 곡의 모험이 끝나고 어렴풋한 정답을 손에 쥔 ‘천사’는 이야기에 공감할 청자에게 희미하지만 희망을 아로새기는 깔끔한 마무리. 듣기 편한 사운드로 서사와 맥락을 기억하는 모든 이가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낙관은 수용자에게 남겨 놓은 선물에 가깝다. 들으면서 또 깨달았다. 녹이 스민 철도 녹였다가 다시 굳히면 새 것처럼 단단해질 수 있다. < 철의 삶 >은 같은 약도를 들고 전진하는 이들의 방향점을 좀 더 선명히 밝힌다. 공감을 이끄는 서술과 공감각을 빚은 음악의 힘으로.
-수록곡-
1. 젊은 나와 춤을 춰요 [추천]
2. 철의 삶 [추천]
3. Void
4. Acidic body
5. 천사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