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목소리와 독특한 가사, 포근한 선율이 교차하는 포크 작품 < 여섯 번째 토요일 >로 이름을 알린 싱어송라이터 정우가 꽤나 흥미로운 변신에 나선다. 그 이름부터 몽환적인 < 클라우드 쿠쿠 랜드 >. 데뷔작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소포모어 앨범의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포크 신의 신성이었던 그는 신세대 록스타의 영역에 스리슬쩍 발을 담근다.
접근의 발단은 역시나 프로듀서의 변경이다. 기존 소속사 씨티알 싸운드로부터 독립한 정우는 최고은, 곽푸른하늘 등 포크 프로듀싱을 일삼던 황현우 대표 대신 백예린과의 협업 및 다양한 활동으로 명성을 떨친 구름을 메인 프로듀서로 초빙하며 작품에 그 영향을 강하게 주입한다. 포크로 일관하던 전작과 달리 밴드 사운드를 전면에 배치하며 스케일을 보다 크게 부풀리고, 동시에 전반적인 접근성 역시 한층 끌어올린다. ‘낡은 괴담’, ‘충동 1분’의 도입부 등에는 프로듀서의 대표작 ‘Square’를 빼닮은 화려한 시그니처 사운드를 동원하기까지, 편곡자의 정체성을 면전에 드러내는 것 또한 서슴지 않는다.
이토록 구름의 존재감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정우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특유의 색채는 프로듀서의 다른 작업물들과 본작 < 클라우드 쿠쿠 랜드 >를 성공적으로 차별화한다. 백예린, 치즈(달총) 등 이전 동업자들과 달리 날카롭고 어두운 면을 포함한 정우의 감정선이 구름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도리어 살짝 잡아먹으며 작품의 프로듀싱을 보다 록에 가깝게 인도했기 때문.
이를 통해 증대된 표현의 진폭은 작품의 핵심 가치가 된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펼쳐지는 밴드 사운드는 기존 포크 문법의 질감, 보컬의 독특한 매력과 수차례 교차하며 양가적인 감정 발화를 더욱 다변화한다. 더불어 감미로운 기악의 포크에서 그런지 계열로의 급회전을 보이는 서곡 ‘Toss and turn’, 찬란한 합주로 출발하여 통통 튀는 신스팝으로 돌변하는 ‘충동 1분’에서처럼 각 트랙이 저마다의 극적 구성미를 가지는 형식은 벌어진 감정의 폭을 더욱 격한 기울기로 강조하며 특유의 오묘한 감성을 다각도의 복합적 카타르시스로까지 발전시킨다.
또 한 명의 프로듀서인 안다영의 참여 또한 흥미롭다. 특히 놀라운 점은 그 결과물이 작품 내에서 가장 밝고 팝적인 트랙이라는 것. 밴드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의 포스트 록부터 < Antihero >, < Burning Letter > 등 솔로 활동까지 이어진 그의 실험성과 전위성을 떠올려 보면 단연 예상 밖의 결과다. 스네일 메일(Snail Mail) 계열의 팝 록 넘버인 타이틀 ‘클라우드 쿠쿠 랜드’와 웻 레그(Wet Leg)의 건조-발랄한 포스트 펑크를 활용한 ‘Juvenile’, 두 트랙은 프로듀서의 이력과는 조금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칫 부유감이 들 수 있는 작품을 유려하게 중화하며 앨범의 중심을 성공적으로 지탱한다. 프로듀서로서 그의 새로운 역량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부분.
< Jubilee >의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가 연상될 만큼 효과적인 변혁이다. 신세대 포크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유독 색채가 짙어 보였던 정우는 단 하나의 작품만으로 스스로의 유연성과 가변성을 증명, 아티스트로서의 새로운 가치를 역설했다. 정우 스스로는 물론 프로듀서들에게도 긍정적인 성취로 기록될 < 클라우드 쿠쿠 랜드 >, 한 번의 일탈이 될지 아티스트 커리어의 큰 전환점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올해 인디 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확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추천곡-
1. Toss and turn [추천]
2. 들불
3. 낡은 괴담 [추천]
4. 클라우드 쿠쿠 랜드 [추천]
5. Juvenile
6. 충동 1분 [추천]
7. Strangers [추천]
8. Gust / Interlude
9. 허물
10. C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