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 팩과 전자음악은 더 이상 생소한 조합이 아니다. 근래 프레드 어게인의 드럼 앤 베이스와 케이트라나다표 하우스에 녹아들었던 그의 새로운 파트너는 영국 출신 형제 듀오 디스클로저다. 첫 버스(verse)에서 베이스라인에 맞추어 라임을 강조하고, 두 번째 버스에서는 드럼 사이를 넘나들며 유려한 플로우를 뽐낸 퍼포먼스는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동반되었기에 가능했다. 재능을 마음껏 펼친 서로 다른 결의 래핑이 그가 걸출한 보컬리스트이자 드러머일 뿐만 아니라 뛰어난 래퍼라는 사실을 다시금 체감하게 만든다.
UK 개러지의 총아에서 완연한 베테랑으로 거듭난 디스클로저 입장에서도 달가운 결과물이기는 마찬가지다. 피처링을 배제한 2023년 작 < Alchemy >와 ‘No cap’에서 나타나는 두 노선 모두를 성공적으로 갈무리했다는 것은 여전히 토대를 지키되 대중적인 감각을 날카롭게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너희 전부 플로어에 있어야 해, 문도 닫아, 장난 아니야(I need you all on the floor, shut the door, no cap)!’, 이토록 신나는 음악을 가져왔으니 기꺼이 따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