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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acal
디스클로저(Disclosure)
2015

by 김도헌

2015.10.01

어렵지 않게 쉬워졌음을 알 수 있다. 내로라하는 슈퍼 보컬들의 목소리와 라디오 친화적인 멜로디가 귀를 이끈다. EDM 열풍 속에서 오히려 전통을 지켜 성공했던 < Settle >과는 달리, 날렵한 맹수의 눈은 PBR&B의 몽환부터 전통적인 R&B 비트와 힙합의 검은 바이브를 넓게 담아내고 있다. 댄스 플로어, 클럽보다 쿨한 스타일 브랜드 매장, 길거리에서 더욱 많이 흘러나올 노래들이다.

팝 구조에 충실한 노래들이다 보니 전작보다 접근성은 훨씬 좋다. 2015년의 빌보드 스타 위켄드와의 'Nocturnal'은 옅은 디스코의 향취를 품은 PBR&B 스타일로써 기존 위켄드의 노래라 해도 위화감 없는 궁합을 자랑한다. 디스클로저를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Latch'를 계승하는 샘 스미스의 'Omen', 소울풀한 괴짜 소녀 로드(Lorde)의 목소리가 여유로운 비트를 타고 흐르는 'Magnets'는 당장 차트를 호령할 수 있을 정도의 웰 메이드 팝송이다. 발매 첫 주에 UK 앨범 차트 1위를 석권할 수 있었던 힘이다.

대중적 노선의 선회는 분명 다수에겐 반가운 소식이나 음악 작가로서의 작업만 담긴 앨범이라면 다소 그 의미는 퇴색한다. 다행히 디스클로저에게는 감각과 동시에 확고한 청사진이 있다. 'Holding on'의 경우 처음 귀를 잡아끄는 것은 그레고리 포터의 중후한 보이스지만 그 바탕에 깔린 개러지 특유의 빌드업과 드랍은 2013년의 디스클로저 열풍의 핵심 요소였다. 이와 같은 구조는 R&B 신인 듀오 라이온 베이브(Lion Babe)와 함께한 'Hourglass'에서도 재차 확인 가능하다. 미구엘의 목소리를 빌려온 'Good intentions'와 트랩 비트를 깔아놓은 'Superego', 팀 멤버 하워드 로렌스가 오히려 흥을 돋우는 'Jaded' 등 팝과 개러지, 흑인 음악의 경계를 허물에 잘 섞어놓았다는 점이 < Caracal >의 최대 성과다.

성공적인 정착(Settle) 과정을 거친 로렌스 형제의 온고지신(溫故知新) 프로젝트가 확장된 셈이다. 빅 룸 하우스, EDM의 즉각적인 쾌락 대신 색을 옅게 하며 대중적 지지를 얻는, 일렉트로닉 씬에서 복고적인 흐름을 선택했다. 보편적인 팝 트랙의 평범함이 있다 해도 일회성 배경음을 넘어 기록으로 남겨지고자 하는 의도는 일렉트로닉 열풍 속에서 드물게 야심 찬 것이다. 흔치 않기에 더욱 주목받는 디스클로저다.

- 수록곡 -
1. Nocturnal (Feat. The Weekend) [추천]
2. Omen (Feat. Sam Smith) [추천]
3. Holding on (Feat. Gregory Porter) [추천]
4. Hourglass (Feat. Lion Babe)
5. Willing & able (Feat. Kwabs)
6. Magnets (Feat. Lorde) [추천]
7. Jaded
8. Good intentions (Feat. Miguel)
9. Superego (Feat. Nao) [추천]
10. Echoes
11. Masterpiece (Feat. Jordan Rakei)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