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무겁다. 1년 9개월 만에 네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해야 할 일과 볼 눈치가 많다. 위에서는 소속사 선배 방탄소년단의 복귀, 아래에선 후배 그룹의 데뷔가 예정된 상황인데 심지어는 데뷔작부터 성대하게 건설한 세계관 종결의 임무를 맡았다. 적잖은 부담이 실린 < 별의 장: Together >는 늘 그래왔듯 적정 선의 음악으로 응답한다. 애석하게도 개운치는 못한 선에서.
먼저 체감되는 문제는 길이. 전체 여덟 곡에 22분 남짓, 짧아도 너무 짧다. 블랙핑크와 아이들 같은 선례가 정규작의 양적 가치를 대폭 낮춘 지도 오래지만 타이틀곡마저 그 희생양이 되지는 않았다. 간절한 선율에 2010년대풍 EDM 드롭을 심은 ‘Beautiful strangers’는 커리어 중 가장 큰 위력을 보였던 ‘Deja vu’의 속편이 될 법도 했으나 명확한 끝맺음 없이 퇴장하며 여운을 누릴 시간을 앗아간다. 분명한 연쇄 작용의 잠재력을 지녔는데도 그 파장을 억지로 멈출 만큼의 반복 재생이 중요한지는 의문이다.
개별 세기 자체는 비슷해도 지속력이 확연히 줄은 것이다. 서두의 연타 펀치 면에서도 그렇다. ‘Devil by the window’, ‘Growing pain’, ‘내일에서 기다릴게’ 등 쟁쟁한 오프너 라인업과 비교하면 ‘Upside down kiss’는 첫 인상만 좋을 뿐 딱 예고편 수준에 그친다. 이들의 강점이었던 큰 편차 없는 평준화가 전작 < 별의 장: Sanctuary >부터 흐릿함으로 기울었음이 느껴지는 포인트. 그나마 K팝의 전형적인 콘서트용 팬 송 ‘별의 노래’가 고군분투하지만 킬링 트랙까지 꿰찰 정도는 아니다.
솔로 트랙 또한 특별한 당위성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Sunday driver’와 ‘Dance with you’, ‘Bird of night’ 모두 매끈하나 결정적으로 전체로서의 음악과 무엇이 다른 지는 찾기 힘들다. 다행히 중저음역 보컬의 활약이 각개전투의 필요성을 일부 설명한다. ‘Ghost girl’은 연준의 허스키한 음색을 부각하여 독립의 근거를 주장하고, 얇은 가창이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에 겉돌던 < 이름의 장: Freefall >의 ‘물수제비’와 달리 범규의 낮은 톤이 홀로 이끄는 ‘Take my half’는 비로소 목소리와 음악이 동행하고 있다. 특히 후자는 멤버가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최근 K팝이 간과하는 ‘맞춤형 음악’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꿈으로 시작해 혼돈과 더러는 하강을 논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세계는 역설적으로 외부와 넉넉한 거리를 두었기에 유지될 수 있었다. 프로덕션 팀의 꼼꼼한 설계도를 성벽으로 삼아 챙긴 안정성은 곧 거대한 계획에 끌려가는 수동성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평균 이상의 퀄리티는 챙겼으나 추세를 따라 급하게 끊어버리는 러닝타임, 막연히 슬슬 보여줄 시점이라 넣은 듯한 대부분의 솔로 곡은 기나긴 이야기의 피날레를 조촐하게 기념한다. ‘왜’가 결여된 앨범. 현실과 제대로 조우할 다음 순서의 책임만 더 늘어나게 생겼다.
-수록곡-
1. Upside down kiss
2. Beautiful strangers [추천]
3. Ghost girl [추천]
4. Sunday driver
5. Dance with you
6. Take my half [추천]
7. Bird of night
8. 별의 노래 (Song of the st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