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 사이의 저울질은 모든 이에게 주어진 과업이다. ‘우연히 봄’ 등 OST 작업, ‘시간이 들겠지’, ‘니가 모르게’, ‘감아’ 등 감성을 자극하며 대중성을 꿰차던 로꼬는 오랫동안 그의 강점에 집중해왔다. 지난 정규 앨범인 < Weak >에서도 위로를 주된 정서로 삼지만, 그런 와중에도 릴 체리와 함께한 재치의 ‘Hee!’를 담은 데서 볼 수 있듯 로꼬는 자신의 숙원을 슬며시 복선으로 두었다. 레이블에서 독립한 지금, < Scraps >라는 필드에 희망사항의 전면전이 펼쳐졌다.
지하철 환승 하듯 1,2집과 연결점은 있더라도 아예 다른 노선으로 봐야 한다. 청자에게 해답을 찾을 거라는 천사표 메시지를 던지던 로꼬는 이제 첫 트랙부터 ‘길 잃었다면 잃어’라고 말하며 위안을 건네지 않고 스스로의 만족에 힘을 싣는다. 신선하게 다가오는 시원하고 여유로운 도입 사이, 로꼬와는 거리가 멀던 “무지성”, “프리스타일” 등의 키워드가 자연히 녹아 든 ‘Eh freestyle’은 탄탄한 랩 스킬을 보여준다. 변주되는 비트에 맞춰 플로우를 뒤바꾸는 능력이 탁월하다.
긍정적이던 출발점의 변신은 ‘OMG’에서 고꾸라진다. 이유는 주인장이 아닌 게스트로, 태국 래퍼인 원밀(1MILL)과 ‘Matcha high’에 참여한 일본 래퍼 영 코코(Young Coco) 등 다수 포진된 해외 참여진의 퍼포먼스가 되려 흥을 해친다. 그들을 대체할 만한 인재는 국내에도 찾으려면 얼마든지 있다. 같은 태국 출신 타이츄(TAICHU)나 인도네시아 싱어송라이터 페비 푸트리(Feby Putri)가 유니크한 목소리로 조화를 더한 점과 상반된 바. 여섯이나 되는 국외 피처링 중 만족스러운 타점을 낸 게 둘 뿐이면 선수 배치를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게 50%인 앨범이다. 새로운 도약은 긍정적이지만 온전한 완성형은 아니고, ‘Random summer night’과 ‘No where’, ‘다시’ 등 팝적이거나 진솔함을 털어놓는 로꼬의 존재감이 아직은 더 크다. 뛰어난 랩은 더 증명할 필요가 없지만 내내 지속된 꼬리표를 해외와의 교류, 바꾼 컬러 등이 뒤덮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추구하는 스타일을 모아놓은 스크랩 북이더라도 정돈됐을 때 보기 좋은 법이다.
-수록곡-
1. Work++
2. Dam
3. Eh freestyle [추천]
4. OMG (Feat. 1MILL)
5. Random summer night (Feat. Jordan Ward) [추천]
6. No where (Feat. Feby Putri) [추천]
7. Radio
8. 저절로 (Feat. 4BANG & TOMMY YANG)
9. 파파고
10. 다시(2023) [추천]
11. Matcha High (With. TAICHU & Young Coco)
12. Skoo / 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