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ilee’와 ‘Lollipop’의 < Tha Carter III>는 랩뮤직과의 인연이 옅었던 고등학생에게도 피하기 어려운 수준의 태풍이었다. 에미넴과 카니예 웨스트와 더불어 2000년대 메인스트림 권좌에 오른 몇 안 되는 래퍼로서 웨인의 존재감은 상당했고 작금의 무수한 “릴(Lil)” 신예들의 대선배로 기능했다. 올해 20주년 맞은 수작 < Tha Carter II >과 < Tha Carter III >을 비롯 명성과 디스코그래피의 중심추였던 “카터 시리즈(Carter Series)”는 여섯 번째 챕터 < Tha Carter VI >에서 금가버렸다.
오프너 ‘King Carter’ 속 “반짝이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은유로 판을 바꿨고, 인장을 새겼습니다(With metaphors sharp as a gleaming blade / He changed the game, his mark was made)” 자부심 고취로 시작은 웅대했다. 거창한 타이틀의 ‘Hip-hop’도 힙합 거장의 풍모를 이어가나 이후 트랙의 밀도감은 낮다. 록과 트랩의 결합물 ‘Bells’의 랩 라인과 구소리 액세서리는 구습적이며 젤리 롤 피처링의 ‘Sharks’는 동요에 가까운 곡조로 실소를 자아낸다. 록의 성인(聖人) 보노를 초빙한 ‘The days’도 야심에 비해 그 총명성은 미온하다.
트랙 전반의 대중성은 여전하다. 남부 힙합의 계승자임과 동시에 팝 랩(Pop rap) 권위자로서 늘 주류와 맥을 함께 했던 그만의 미덕. 독일 고전음악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Also sprach Zarathustra(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미시건 출신 래퍼 티 그리즐리의 ‘First day out’을 섞은 듯한 독특한 혼종품 ‘Banned from NO' 에서도 모종의 흡인력은 존재한다. 그 방법론과 모양새가 묘하게 뒤틀렸을 뿐.
고전성과 구식은 다르다. 작금에도 호응을 담보하는 전자와 달리 호흡 부재를 내포하며 이내 고꾸라지고 만다. 물리적 나이와 음악적 총기가 비례하는 음악가가 넘어야할 산이자 언젠가 부딪힐 숙명이기도 하다. 불혹의 노장 래퍼에게 약관의 화력을 짐작하긴 어려우나 2010년대 들쭉날쭉했던 경력 사이로 매무새가 단정했던 “카터 시리즈”기에 레거시 유지 측면에서 < Tha Carter VI >의 뭉툭한 완성도가 치명적이다.
해답은 간단하다. 각종 밈 관련 조롱과 논쟁 요소로 인한 여론의 질타에도 늘 오뚝이처럼 일어났던 릴 웨인인 만큼 작품의 위용으로 위세를 일으켜 세우는 것. 풍파에도 20년 넘도록 위상을 유지한 그에게 충분히 베팅해 볼만한 미래다.
-수록곡-
1. King Carter [추천]
2. Welcome to tha Carter [추천]
3. Bells
4. Hip-hop
5. Sharks
6. Banned from NO [추천]
7. The days
8. Cotton candy
9. Flex up
10. Island holiday
11. Loki’s theme
12. If I played guitar
13. Peanuts 2 n elephant
14. Rari
15. Maria (Feat. Andrea Bocelli)
16. Bein myself
17. Mula Komin in
18. Alone in the studio with my gun
19. Written history
20. Banned from NO (Rem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