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Mollak
재키와이(Jvcki Wai)
방달(Vangdale)
2025

by 손민현

2025.07.21

어두운 밤거리를 채우며 하루의 쾌락을 찬양하는 무리의 찬송가다. 오래전부터 이 광신도들에게 확고한 교주로 자리매김한 재키와이의 독백 < Mollak >은 그 깊은 곳을 찌른다. 총 여덟 곡의 낭송은 ‘나락, 원 코인, 렉카’ 등 인간의 심연으로 치닫는 언어들과 축축한 인터넷 슬럼가의 구호로 점철되어 있다. 음반을 듣다보면 광란의 빛과 전자음이 잠식한 유흥가의 한산한 월요일 새벽 풍경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전보다 파편화되고 내면적인 성질을 지닌 서브컬쳐가 향유하는 음악의 일면이다. 


여러 지하 공간을 채우는 하이퍼 팝 등 언더그라운드 전자 음악의 맹점은 분명하다. 유행을 부정하지만 어딘가 다르기는 해야 하고, 잘못하면 유치한 효과음과 반복적인 전자음의 특성 탓에 그 매력을 잃기 십상이다. 트렌드와 독선, 또는 힙과 마니아의 경계다. 일선을 개척하는 프로듀서 방달은 이 중심을 명확히 잡았고 주요 멜로디를 두고 여러 일렉트로닉 장르의 소스를 뒤섞어 속도를 조율한다. 과거를, 심지어 빅뱅과 투애니원까지 상기하는 일렉트로 팝과 2025년 서울 클럽의 일선을 교차해 촘촘한 전자음악을 내놓았다. 비트의 분쇄력이 단번에 체감된다.   


만화적 이미지와 철학적 사유 양면을 넘나들던 재키와이가 나서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멜로딕한 랩을 사차원적 시냅스에 투과한 < Enchanted Propaganda >와 ‘Anarchy’를 부르짖으면서도 ‘’과 같은 팝 랩도 섭렵한 그의 범용성을 잘 녹여내면 놀라운 화학 결합이 탄생할 수 있었다. 기대와 다르게 철저한 지향을 갖춘 댄스 플로어 위 랩의 목적과 의식은 불분명하다. 굿 게임을 뜻하는 게임 용어 ‘GG’, 어두운 온라인 세계에서 파생된 신조어 ‘Ms. Menhera’, 이제는 다른 뜻을 지니게 된 ‘Wreck car’과 ‘Narak’처럼 최근 자극적으로 휘발되고 있는 제목과 단어들만 40분 내내 맴돈다.   


소재는 차치하고서라도 랩의 표현법은 별개의 문제다. 언어가 단순하다고 해서 꼭 단편적인 어절과 라임, 게으른 후렴구로 치환될 필요까진 없다. 재키와이의 장점이 드러나야 할 곡에서 앙칼진 톤 외에는 오래도록 랩이 드러나지 않고 듣는 맛을 담당할 멜로디도 약하다. 역설적으로 이 아쉬움은 후반부 반전이 주는 쾌감을 더 강렬하게 지원한다. 유사한 사운드와 랩이 이어지는 와중에 방달의 프로듀싱과 재키와이 특유의 랩이 좋은 합을 구성한 ‘Bungaetan’과 ‘Necrophilia’는 장엄한 피날레. 합작의 명분을 미괄식으로나마 증명했다.  


정신줄을 빼놓는 음악과 여기 맞춤형인 낱말 놀이에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발제자의 의도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제목처럼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직설적인 온라인 담론과 시선, 2025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전자음악과 랩에 옮겨 놓은 < Mollak >이다. 감당할 수 있다면 적당한 곳에서 틀어놓고 무아지경을 즐기면 되고 흑색의 분위기와 단어에 매몰되기 꺼려진다면 꺼버리면 된다. 일단 재생 후에는 종잡을 수 없음을 명심하자. 처음에는 신나겠지만, 적당히 우울해지며, 끝내는 고독으로 인도되는 자신을 발견할테니.  


-수록곡- 

1. GG  

2. 1 Coin  

3. Choom  

4. Wreck car  

5. Narak  

6. Ms. Menhera  

7. Bungaetan [추천]

8. Necrophilia [추천]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