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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Months Of Sunshine
아미네(Aminé)
2025

by 박승민

2025.06.17

어떤 뮤지션은 그 음악만으로도 특정한 계절의 정경을 불러일으킨다. ‘Caroline’의 슈퍼 루키에서 어느덧 정규 3집 래퍼가 된 아미네의 소리가 머무는 곳은 단연 여름이다. 휴양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케이트라나다와의 합작 < Kaytraminé >는 < Limbo >에 깃든 냉소를 떨쳐내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전부터 수차례 내비쳐 왔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은 < 13 Months Of Sunshine >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방식으로 형상화된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여유로운 태도와 캐치한 사운드가 함께하기에 이 경쾌한 여정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낮 기온의 앞자리가 2로 바뀌는 시기에 제격인 음반인 셈이다.


1MC 1PD 체제였던 전작의 기조를 유지하되 추가적인 기용으로 폭을 넓혔다. 전자음악에 능통한 프로듀서 다히(Dahi)와 리도(Lido)가 하우스로 밑그림을 짜면 프랭크 오션의 파트너 버디 로스(Buddy Ross)와 < Sable, Fable >의 제작자 지미 스택(Jim-E Stack)이 덧칠을 입힌다. 앨범의 방향성을 단박에 제시해 몰입감을 높이는 초반부와 감성적인 분위기의 중반부를 매끈하게 연결한 흐름 역시 이들의 공이 크다. 이 밖에도 야메(Yamê)의 히트 싱글 ’Bécane’을 절묘하게 샘플링한 ‘Vacay’, 미니멀한 프로그래밍 드럼에서 실연(實演)으로의 전환이 돋보이는 ‘I think it’s you’ 등 주인공을 위해 한층 세련된 무대를 마련했다.


아미네는 이토록 너른 판에 알맞은 래핑을 얹을 적임자다. 잘게 쪼갠 드럼 패턴 위를 서핑하는 ‘Arc de triomphe', 연약한 내면을 털어놓는 랩 싱잉 ’Be easier on yourself‘, 혹은 그 사이의 ‘Raspberry kisses’까지 그는 제각기 다양한 기량을 요하는 곡마다 꼭 들어맞는 퍼포먼스를 소화해 냈다. 몇 없는 피처링마저 대부분 보컬임에도 불구하고 넓은 스펙트럼을 십분 활용한 덕에 지루함 없이 드라이브가 계속된다. 토로 이 모아표 몽환적 사운드스케이프로 물든 엔딩 ’Images’를 매듭지은 454의 벌스가 그렇기에 더욱 각별하다. 특유의 톤으로 인생의 장면을 스냅샷처럼 교차하며 툭툭 던지는 가사는 비록 게스트일지언정 아미네가 줄곧 보여주었던 마음가짐과 일치하기에 커다란 풍경 속에서 함께 녹아든다.


그의 고향 에티오피아에선 1년이 13개월이다. 아버지의 육성을 중심으로 엮어낸 한 편의 여행기엔 영원한 고뇌 대신 따가운 햇빛 아래의 흥겨움과 후련한 해소가 가득하다. 자신의 삶이 림보에 빠진 것 같다고 털어놓았던 5년 전의 아미네는 근원을 찬찬히 찾아감으로써 걱정을 저 멀리 흘려보냈다. 이십대 초반의 치기 어린 유쾌함도, 중반의 날카로운 시선도 옅어졌지만 이 또한 변화의 일부분이다. 하나를 덜어내면 다른 하나를 얻는 법, 4분의 4박자에 맞추어 몸을 흔드는 사내의 뒷모습에 가뿐한 해방감이 넘실댄다.


-수록곡-

1. New flower! (Feat. Leon Thomas) [추천]

2. Feels so good

3. Sage time [추천]

4. I think it’s you [추천]

5. Cool about it (Feat. Lido) [추천]

6. History (Feat. Waxahatchee)

7. Vacay [추천]

8. Familiar

9. Doing the best I can

10. Temptations

11. Be easier on yourself [추천]

12. Raspberry kisses

13. 13MOS

14. Changer (Feat. Chlothegod)

15. Arc de triomphe [추천]

16. Images (Feat. 454 & Toro y Moi) [추천]

박승민(pvth05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