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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ktoksta
몰리 얌(Molly Yam)
2025

by 정기엽

2025.06.11

몰리 얌이 가볍게 깨문 한 입은 힙합 신에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 특히 9:16 화면을 서식지 삼은 숏폼 망령들에게 그 흔적은 땅이 파인 꼴처럼 커다랗다. 저승사자같이 검게 입술에 칠하고 지하철에서 춤을 추던 그는 이제 지상으로 올라와 서울 각지를 돌아다니며, 몇 달 만에 식케이, 로꼬 등을 자신의 계획에 참전시키고 여론을 바꾸기에 이른다. “왜 이러는 거냐”는 비아냥 앞에 “내 몸이”를 붙이며 알 수 없는 덩실거림을 자아내는 파급효과는 2025년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다.


바이럴이 신예의 등장을 알렸다면, 이번 열한 곡은 그의 실력을 내세운다. 레이디 가가의 ‘Just dance’를 샘플링한 ‘Lady 9a9a’는 익숙한 구절 위에 새로운 보컬을 담으며 물오른 멜로디 메이킹 능력을 선보인 장이다. 이렇듯 피처링 없이 연이어 세 곡을 듣다 보면 가가를 위시한 팝 스타보다 ‘Tiktoksta’가 더 거대한 명명으로 느껴진다. 스윙스의 톤에 맞춰 몰리 얌이 낮은 목소리로 뱉는 랩에 쾌감이 깃든다.


캐릭터를 입기 전인 전작 < My Sweet Voice >에 비해서 앨범으로써의 재미도 늘었다. 단순 모음집 개념을 벗어나 일정한 톤의 하이퍼 팝 기반 비트를 수집했고, 후반까지 완급조절이 자연스럽다. 키드밀리와 함께한 ‘Wet’은 피처링과 본인 모두 중독적인 훅과 전개로 빛나는 만큼 중심에서 성수를 내뿜는다. 또한 ‘Ninja behavior’는 올해 초를 휩쓴 ‘Burning slow’의 파도에 지지 않는 파고를 지니며 마지막을 장식한다. 둔탁한 베이스에서 몽롱함을 자아내는 랩 사이, 골드부다가 새긴 효과음 일색의 벌스가 알맞은 조화를 이룬다.


아무리 빠르게 소비되는 수단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고 한들, 창작의 기품은 확고한 자기 철학에서 온다. 최근 이즘과의 인터뷰에서 키드밀리가 언급했듯 “진지하고, 비전 있는” 모습이 앨범에 그대로 투영되어 묵직한 무게감을 준다. 물 들어올 때 나룻배를 띄우고 노를 젓기만 해도 선방하는 세상에서 크루즈를 만들고 스스로 떠오르기 알맞은 양의 물을 채웠다. 그야말로 판도를 바꾼 움직임은 이제야 시작이다.


-수록곡-

1. Money up

2. Lady 9a9a [추천]

3. Everybody wake up

4. Tiktoksta (Feat. Swings) [추천]

5. Roll out

6. Wet (Feat. Kid Milli) [추천]

7. Lucky!

8. 2025 (Feat. Loco)

9. What u think

10. Burning slow

11. Ninja’s behavior (Feat. Goldbuuda) [추천]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