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 매년 앨범을 발매하는 칼리 우치스의 신보다. 지난해 스페인어 음반 < Orquídeas >가 레게톤을 비롯한 라틴 리듬을 전격 수용했다면 < Sincerely, >는 영어 가사와 팝적인 선율이 중심을 이룬다. 낮아진 진입장벽 위로 고혹의 세기는 강해지고 감정의 농도는 올라갔다.
하나의 장면으로 묘사한다면 늦은 밤 작은 바에서 쓸쓸히 노래하는 가수의 형상이다. 잔향을 넉넉하게 마련한 기타 톤과 관능적이되 강압적이지 않은 보컬이 몽롱한 취기를 피워낸다. 특히 ‘Silk lingerie,’의 고요함은 ‘Yayo’를 부르며 한창 ‘할리우드 새드코어’를 표방하던 데뷔 초 라나 델 레이를 닮았다. 늘 감성적인 목소리를 소유했으나 신보에서 그의 보컬 퍼포먼스는 유독 두드러진다.
그 어떤 게스트도 초빙하지 않은 < Sincerely, >는 칼리 우치스만을 위한 독무대다. 균일감 강한 편곡과 사이사이를 긴밀하게 이은 트랙 배치 덕에 긴 독백의 호흡도 여유롭다. 다만 엇비슷한 기조와 창법으로 인해 필연적인 늘어짐이 찾아온다. 1960년대 모타운 소울 발라드 스타일 ‘All I can say’처럼 잠시 휴식을 할애하는 변주 혹은 조금 더 튀는 킬링 트랙이 있어도 좋았을 법했다.
고독한 구성은 그러나 아티스트의 말마따나 ‘치유’ 과정이다. “삶을 변화시킨” 사건이 앨범을 낳았다고 운을 뗀 칼리 우치스는 작품을 공개하며 그것이 어머니의 죽음임을 밝혔다. 외관상으로는 2023년 < Red Moon In Venus >와 유사하나 서늘함이 감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외롭지 않다. 어머니의 음성을 도입부에 담은 ‘Sunshine & rain’과 편지를 끝맺는 상냥한 인사처럼 쓴 제목, ‘Heaven is a home…’과 ‘It’s just us’ 등에 녹아 있는 모성과 가족애의 주제로 아티스트는 처연함 속에서 희망을 꽃피운다.
흔히들 자신감 있는 태도가 사람을 섹시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창작자에게 그러한 당당함은 곧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멋을 다 벗어 던지라는 ‘Lose my cool,’의 가사처럼 음반을 아우르는 ‘진심’은 칼리 우치스를 누구보다 아름답게 만든다. ‘내가 힘들고/빈털터리 신세이고/예쁘지 않아도 나를 사랑해 줄 건가요?’라는 ‘Fall apart,’의 물음에 대해 기꺼이 그렇다고 답할 수밖에 없겠다.
-수록곡-
1. Heaven is a home… [추천]
2. Sugar! honey! home!
3. Lose my cool, [추천]
4. It’s just us
5. For: you
6. Silk lingerie, [추천]
7. Territorial
8. Fall apart, [추천]
9. All I can say [추천]
10. Daggers!
11. Angels all around me… [추천]
12. Breeze!
13. Sunshine & rain…
14. Ilysmi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