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와 케이트라나다가 참여한 데뷔 EP < Por Vida >로 일찌감치 기대감을 그러모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칼리 우치스는 라틴팝과 알앤비를 아우르는 감각적인 사운드스케이프로 세 장의 정규작 < Isolation >과 스페인어 앨범 < Sin Mieldo (Del Amor Y Otros Demonios) >, < Red Moon In Venus >를 세공했다. 그간의 공력과 새로운 발상을 캔버스에 풀어헤친 네번째 정규 앨범 < Orquídeas >는 스페인어로 “난초”의 의미처럼 은은하고도 화사한 내음을 트랙 군데군데 흩뿌리고 있다.
아프리칸과 캐리비언 뮤직을 탐구한 자넬 모네 근작 < The Age Of Pleasure >처럼 우치스도 문화적-음악적 물줄기에 다가선다. 콜롬비아 아버지 미국인 어머니를 둔 태생적 특성은 장르 혼합체라는 본 앨범의 특질로 귀결되었고 스페언어와 영어의 혼용, 중남미의 지역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다채로운 민속 리듬을 수반했다.
구성의 묘미다. 음악적 확장성과 모험심에 14개의 트랙 간의 유기성도 확보했다. 감각성을 끌어당긴 ‘¿Cómo Así?’과 공간감 풍부한 ‘Pensamientos intrusivos’ 등 소리 정교성이 남다르다. 영미권 알앤비의 정통성을 포용한 ‘Young rich & in love’에서 레게톤 특유의 뎀 보우 리듬이 도드라진 ‘Muñekita’로 절묘하게 미끄러지는 구성력은 라틴 색채가 극대화된 삼바풍 ‘Dame beso/muévet’에서 절정에 이른다.
전작들에 이어 협업이 활발하다. ‘Bad habit’의 스티브 레이시와 전설적인 펑크(Funk) 베이시스트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 ‘See you again’에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와 파트너십을 이룬 전적은 < Orquídeas >에서도 발휘되었다. 멕시코의 슈퍼스타 페소 플루마(Peso Pluma)와 카롤 지(Karol G)를 투입한 ‘Labios Mordidos’로 시선을 끌었지만, 도미니카 출신 래퍼 엘 알파(El Alfa)가 참여한 ‘Muñekita’가 가장 원초적으로 피부에 가닿는다.
< Orquídeas >의 레게톤은 유행 이상의 영속적 예술성 획득을 도모한다. 자신의 뿌리에 맞닿은 각 지면을 탐색하면서도 대중성을 지켜 여러 층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웰메이드 음반이 탄생했다. 프로그레시브 소울 거장 커티스 메이필드가 연상되는 ‘Moonlight’를 수록한 전작 < Red Moon In Venus >(2023)를 통해 음악적 깊이를 드러낸 칼리 우치스는 < Orquídeas >로 재차 작가주의와 경향성을 솎아냈다.
-수록곡-
1. ¿Cómo así? [추천]
2. Me pongo loca
3. Igual Que un Ángel (With Peso Pluma)
4. Pensamientos intrusivo
5. Diosa
6. Te mata
7. Perdiste
8. Young rich & in love [추천]
9. Tu corazón es mío...
10. Muñekita (With El Alfa & JT) [추천]
11. Labios mordidos (With Karol G)
12. No hay ley parte 2 (With Rauw Alejandro)
13. Heladito
14. Dame beso/muévet'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