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Poppop
엔시티 위시(NCT WISH)
2025

by 정기엽

2025.04.18

새로움은 체계에 반(反)하면서 탄생한다. 엔시티 위시는 엔시티 그룹이 수년간 구축한 시스템의 탈피를 꾀하며 날개를 펼쳤다. SM 최초로 자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멤버를 선발하고, 총괄 프로듀서로 보아를 초빙하며 기존과 차별화된 시선을 불어 넣는 등. 엔시티 127, 드림, 웨이션브이가 세련된 사운드에 실험을 가하며 진일보를 펼쳤다면 이 팀은 보다 명확한 타겟을 노린다. K팝 히트 공식인 청량 코드를 적극 활용해 성장의 디딤돌로 삼는 것이다.


엔시티 선배 그룹들과 달리 위시의 강점은 랩보다 보컬에 있다. 과반을 랩으로 채운 타이틀 ‘Poppop’은 그렇기에 음악적인 소화력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선택이라고 보긴 어렵다. 미숙한 랩이 자리한 2절보다 멜로디로 이끄는 1절과 프리코러스가 더 와닿는다. 이전의 ‘Steady’가 안정적인 보컬을 중심에 둔 것과 상반된 결과다. 동류의 순수한 첫사랑을 표현할 팔레트에 변주를 주며 콘셉트를 확보할 순 있었더라도 최선의 역량을 보여줄 무대는 아니었다.


메인 디쉬는 아쉽더라도 전반적인 앨범 완성도는 상향평준화되었다. ‘만약 네가 4시에 온다면’에는 진두지휘한 보아와 여러 곡을 함께한 싱어송라이터 숀이 참여해 어린 왕자 이미지를 잘 표현했고, ‘Melt inside my pocket’은 모든 소리 요소가 강렬한 색채를 귀에 각인시킨다. 전작의 ‘3분까진 필요 없어’와 더불어 위시의 개성에 최적화된 두드러진 성과다. 두 곡 모두 가사마저 팀이 표방하는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며 몰입을 돕는다.


소속사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쌓인 노하우가 이식된 부분도 재미를 더한다. 에프엑스 ‘Goodbye summer’, 엑소 ‘Girl x friend’처럼 ‘1000’은 천 마리 종이학을 접어 고백하는 내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일명 ‘기억조작송’의 명맥을 잇는다. 10대부터 20대 초반이기에 선보일 수 있는 풋풋한 매력이 곡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오래 소속사에 몸담은 작곡가 유영진이 떠오르는 선 굵은 후렴이 일색인 ‘Design’ 또한 은근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순진무구하고 사랑스러운 콘셉트는 에이핑크, 러블리즈 등 걸그룹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보이그룹 역시도 심심찮게 쓰는 작법이지만 이토록 전면에 내세운 팀은 드물다. 그 틈새시장을 놀라울 만큼 잘 파고든 이들은 해맑은 에너지를 설파하며 Z세대의 표현 방식이 됐다. 별 모양 스티커, 다이어리가 대표하는 미감과 콘셉트의 결합이 앨범 전반에 담기며 일관된 유기성을 품었다. 미덕은 간단하다. 잘 어울리는 것을 잘 해내는 것. 시각적으로는 완성형, 음악적으로는 채워나가며 엔시티 위시는 그 목표를 착실히 수행하는 중이다.


-수록곡-

1. Poppop

2. Melt inside my pocket [추천]

3. Design

4. 1000 [추천]

5. Silly dance

6. 만약 네가 4시에 온다면 [추천]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