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에는 여러 대결 구도가 있다. 아이돌 그룹 간 영역 다툼이야 물론이고, 팬과 회사의 소통 분쟁도 유구하지만 아마 가장 거대한 전쟁은 바로 퍼포먼스와 음악 사이의 우선순위 경쟁일 것이다. 태생적으로 시각 요소와 연이 깊은 K팝은 종종 보이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대 위 모습을 고려해 타이틀곡을 선정했다는 숱한 아이돌의 인터뷰가 스쳐 지나간다.
‘때깔 (Killin’ it)’은 이 경중의 딜레마에서 중심을 잡아낸 예시로 들 수 있겠다. 2020년 10월 데뷔한 6인조 피원하모니(P1Harmony)는 그 즈음의 보이그룹 대부분이 그랬듯 강렬한 콘셉트를 추구한 팀이다. 이번 첫 정규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은 여태까지의 노선을 공들여 조립한 트랙으로, 중독성 강한 루프 위에 본래 강점이었던 보컬 라인의 조화는 극대화하고 후렴에도 생기를 불어넣었다. 기존 음악이 위압적인 ‘기-승-전’을 따라가다 밋밋한 ‘결’로 봉착하는 감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귀에 꽂힐 포인트가 곳곳에 살아있다. 즉, 듣기만 해도 이해가 되는 곡이다.
첫 트랙에 다 쏟아부었나 싶은 앨범 제목이지만 이외에도 주목할 요소가 적지 않게 있다. 저지 클럽 비트로 달아오른 분위기는 유지하되 차분한 멜로디로 온도를 조절한 ‘Late night calls’가 대표 예시로, 테오와 지웅의 음색을 통해 떠들썩한 타이틀곡에 쏠리기 쉬운 무게를 분산한다. 비슷하게 베이스와 유려한 선율만을 무기 삼아 밀어붙이는 ‘2Nite’는 이번 음반의 방점이 멤버들의 기본기 부각에 있음을 재차 암시한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요즘의 K팝과는 반대로 30분의 러닝타임에 열 곡을 꽉 채웠지만 기초 체력이 뒷받침하니 큰 이탈 없이 완주에 성공한다.
힙합 래퍼들의 자수성가 서사와 비슷하게 끊임없는 전진 의지를 보여주는 ‘Street star’의 가사처럼 앨범의 최대 어필 요소는 멈추지 않는 운동력이다. 따라서 최대 장애물은 이 흐름에 브레이크를 거는 발라드다. 첫 세 트랙의 순탄한 운행을 갑자기 끊는 ‘꿍꿍이 (Love story)’는 “꿍꿍이/꿈 꾸니”의 다소 당황스러운 운율도 그렇고 비투비 등 K팝 보컬 그룹의 잔향이 강해 그룹의 이미지와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팬들에게 바치는 ‘I see u’도 자체 퀄리티와는 별개로 음반의 모토와는 상충하는 구색 맞추기 식 결말 같은 면이 있다.
SF 게임의 공간을 찍은 듯한 과거 비주얼과 달리 < 때깔 (Killin’ It) >의 앨범 커버는 그저 차 속에 몸을 맡긴 여섯 청년의 모습만을 담고 있다. 거대한 목표만을 눈에 담았던 이들이 여정의 핵심은 자기 자신임을 깨닫았다는 그런 은유로 읽게 된다. 치밀하게 짜인 프로듀싱과 화려한 비주얼이 핵심 가치가 된 시대, 밑도 끝도 없이 고유의 ‘때깔’을 자랑하는 피원하모니의 능청스러운 자세는 근본을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무엇보다 즐기는 것이 답이라고.
-수록곡-
1. 때깔 (Killin’ it) [추천]
2. Late night calls [추천]
3. Everybody clap
4. 꿍꿍이 (Love story)
5. Countdown to love
6. Emergency
7. 2Nite [추천]
8. Let me love you
9. Street star
10. I see 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