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 Nothing But The Beat > 앨범을 통해 전 세계 차트를 점령한 데이비드 게타와 ‘Break free’에 참여해 아리아나 그란데의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린 제드가 이디엠 선발 주자로 나서며 메인스트림에 뛰어든지 약 6년이 지난 지금, 이디엠은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마데온이나 포터 로빈슨의 일렉트로니카 그리고 2015-16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카이고, 캐시 캐시의 트로피컬 하우스는 이미 에드 시런, 케이티 페리 등 많은 팝 아티스트들이 한 번씩 시도했던 장르이며, 체인스모커스의 ‘Closer’는 무려 12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라 이 새로운 댄스 뮤직을 향한 대중의 수요를 다시금 증명했다.
팝과 이디엠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지고, 장르의 인기가 서서히 사그라질 때쯤 댄스 신 뮤지션들은 음악을 더 어렵게 만들어 고고한 디제이의 위치를 선점하기보다 과감히 대중 속으로 편입하는 길을 택했고, 카이고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 참여한다. 우선 이디엠의 특징인 빌드업-드롭 구조, 즉 음을 쌓아 올라가다 절정에 모든 악기와 멜로디를 터뜨려 춤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형식 대신 절과 가사 없는 후렴을 만들어 ‘With you’처럼 팝송의 가장 일반적인 모습을 꾀했다. ‘Never let you go’나 원 리퍼블릭의 리더 라이언 테더와 함께한 ‘Stronger things’는 클라이맥스에서 따라할 수 있는 구절은 없지만 참여한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조각낸 부분에서 흥얼거리는 정도는 가능하다. 마니아를 위한 음악이 아닌 대중 모두를 겨냥해 쉬운 곡을 만들었다.
사운드도 바뀌었다. 해변가를 떠올리게 하는 트로피컬 하우스의 밝은 분위기와 1집 < Cloud Nine >의 ‘Stole the show’나 ‘Firestone’에서 흘러나오는 관악기 소리, 봉봉거리는 효과음이 줄고, 단출한 피아노 연주가 바탕이 되어 첼로와 같은 현악기가 등장해 본 이베어의 < 22, A Million >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그의 말처럼 현대 문법으로 재해석된 포크 송 ‘Sunrise’를 연출한다. ‘With or without you’의 유투식 기타 톤을 이용한 ‘Permanent’나 베이스를 뜯는 듯한 전자음으로 펑크(Funk) 연주를 들려주는 디스코 넘버 ‘Riding shotgun’,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 엣지 오브 투모로우 > 삽입곡 ‘Love me again’으로 유명세를 탄 존 뉴먼의 허스키한 보컬이 인상적인 ‘Never let you go’에는 록킹한 순간도 존재한다.
< Kids In Love >는 팝과 이디엠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Riding shotgun’ 뿐만 아니라 마카레나 춤으로도 유명한 1996년 베이사이드 보이즈 리믹스 버전 ‘Macarena’의 디스코 비트와 복고풍 신시사이저 멜로디를 옮겨온 ‘With you’는 하우스의 원류를 부정하지 않고, 후렴의 가사를 대체한 보컬 샘플이나 아예 연주로 채워진 부분은 이디엠의 전형을 완전히 탈피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감상에 적합한 3분짜리 ‘노래’로 채워진 < Kids In Love >는 클럽을 일차적인 목표로 두고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과도기적 형태를 띤다.
이디엠이 팝의 형식 중 하나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카이고의 선택은 생존본능이다. 흡수되어 사라지거나, 울타리를 만드는 대신 대중과 멀어지거나의 사이에서 그는 영민한 결정을 내렸다. 비록 댄스 뮤직이었기에 더욱 빛났던 감성적인 피아노 선율은 팝의 전형을 따르며 다소 그 힘이 약화하였지만, 이디엠이 지닌 긍정적인 메시지와 열정에 불을 지피는 태도는 남겨두고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를 덧붙여 가사가 상대적으로 경시되던 장르의 가벼운 속성을 덮었다. 날카로운 전략이다.
-수록곡-
1. Never let you go
2. Sunrise
3. Riding shotgun [추천]
4. Stranger things
5. With you
6. Kids in love
7. Permanent [추천]
8. I se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