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보컬리스트들을 내세우는 밴드들은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밴드를 설명하는 핵심 코드, 주목의 요인이라는 부담을 모두 프론트 우먼 혼자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우림에게서는 김윤아를, 스웨터에게서 이아립을, 3호선 버터플라이에서는 남상아를, 롤러코스터에서는 조원선을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한다. 유사 밴드의 성패는 일순위로 중앙의 여성이 가진 카리스마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걸출한 가창력을 지닌 박혜경이 과거 트레이드 마크였던 더더(THETHE)에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박혜경의 탈퇴 이후 3집에서부터 한희정이라는 참신한 보컬리스트를 기용해 돌파구를 찾았지만 이후의 행보는 지지부진했다. 그리고 4집을 발표한 현재까지 어려운 걸음을 하고 있는 중이다. 주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김영준은 부동이었지만 여성 보컬밴드의 숙명을 어찌하랴. 박혜경이라는 초기의 고강도 자극은 현재의 더더를 압박하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In', 'SoSo'에서 드러나듯 한희정이 가진 소프라노톤의 나약한 음성은 분명 매력이 있다. 산송장 하나 만들기에 아주 적합한 서늘한 음색이다. 그녀가 서브로 활동하는 밴드 푸른새벽에서 익히 확인할 수 있었다. 본디 어쿠스틱 악기와 친한 그녀의 서늘한 목소리는 '집착'을 이야기하고 '자살'을 노래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무대는 박혜경의 향수가 남아있는, 생존하려거든 박혜경을 제압해야만 하는 부담스러운 더더의 품이다.
이제 더더는 또 다른 갈림길에 서 있다. '그대 날 잊어줘'와 같은 잔잔한 노래는 한희정의 비장한 음색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한희정과 함께 하는 현재의 더더는 전반적으로 아득하고 우울한 정서를 지향하는 듯 보이지만 흡인력이나 설득력을 갖기엔 다소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모던록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넘실대는 멜로디도 좀처럼 돋보이지 않는다. 굴곡 없이 평탄한, 그래서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이번 음반은 고비로 보인다. 더더는 이제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수록곡-
1. In
2. Save Me
3. 뚜뚜뚜
4. Tomorrow
5. 소소 (炤笑)
6. 그대 날 잊어줘
7. Alice
8. You
9. 작은 새
10. I Won't Stop
11. The End (2002)
12. 슬픔
13. 그대 날 잊어줘 (Radio Edit)
14. Hidden Tra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