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프로듀서들과 디바들의 가요계 침공 속에서도 원 디렉션의 인기전선은 건재하다. 순수함과 활기로 가득했던 소년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거친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앞세운 성장을 통해 또다시 전 세계 소녀들의 마음을 훔쳤다. 35개국 차트 1위, 빌보드 앨범차트 1위, UK 차트 1위 등의 화려한 상업적 성과는 이들의 변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끔 만든다.
'Best song ever'의 거칠게 내지르는 보컬, 강한 비트와 일렉 기타 리프가 곡을 주도하는 'Midnight memories' 등에서 의도적인 콘셉트 설정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밴드 기반의 사운드는 그대로이되 착하기만 했던 '소년'의 이미지보다는 좀 더 자유분방하면서도 성숙한 '청년'의 에너지를 곡에 녹여내고자 한다. 차분한 어쿠스틱 전개로 히트 싱글이 된 'Story of my life'를 포함한 'You & I', 'Something great'과 같은 곡들, 이와 대비를 이루는 활기찬 'Diana'와 'Little black dress'등이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구조를 교차 배치하며 일관성을 확립한다.
다수의 작곡가 참여로 인해 개별 곡들을 묶는 통일성이 부재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발전이나 과거의 자산에 소홀한 포괄적 시각은 오히려 기존 원 디렉션의 매력을 무디게 만든다. 'What makes you beautiful'이나 'One thing'처럼 단순할지라도 매력적인 멜로디를 갖춘 곡들이 성숙이라는 이름하에 재단되고 정돈되어 특유의 매력을 잃었다. 'Story of my life'나 'Best song ever'가 선전하고 있다지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엔 역부족이다. 'Diana'는 지나치게 과거의 유산을 쫓았고 'Midnight memories'의 힘찬 보컬은 흡인력을 담보하지 못한다. 원 리퍼블릭의 리더이자 히트 작곡가인 라이언 테더의 작품 'Right now',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밴드 맥플라이의 리더 팀 플레처가 작곡한 'Don't forget where you belong'의 인상도 '괜찮은 팝' 이상의 수식어를 떠올리기 어렵다. 빌보드 차트에서 앨범 차트의 선전이 싱글 차트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증거다.
의심할 바 없는 성공이라 하지만 앨범과 그룹 자체에 드는 의문까지 숨길 수는 없다. 일관성 있는 작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 디렉션에 대한 인식은 기획에 의해 움직이는 아이돌을 벗어나지 못하며, 성숙했다고는 하나 주 타깃 층은 여전히 10대 청소년들이다. 튼튼한 기획에 미치지 못하는 안일한 곡들과 멤버들의 역량 부족은 상업적 성공 단 하나만을 '하룻밤의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긴다.
- 수록곡 -
1. Best song ever
2. Story of my life
3. Diana [추천]
4. Midnight memories [추천]
5. You & I
6. Don't forget where you belong
7. Strong
8. Happily
9. Right now
10. Little black dress [추천]
11. Through the dark
12. Something great
13. Little white lies
14. Better than w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