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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박주원
2013

by 이기선

2013.12.01

집시가 다시 찾아왔다.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작년 이맘때 즈음 기타 캐럴음반 < Gypsy Christmas >을 발표한 뒤 1년 만에 < 캡틴 >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 앞에 선 것이다. 정규 앨범으로는 세 번째이지만 매번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확장된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스패니쉬 혹은 집시 음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에는 한 층 더 웅장해지고 격정적으로 변했다.

< 캡틴 >이라는 앨범 제목부터 눈이 간다. 캡틴이 지칭하는 것은 박주원 자신이 아닌 축구선수 박지성이다. 박지성에 대한 팬의 마음과 축구광으로서의 열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제목인 셈이다. 캡틴이나 짧은 패스로 이루어지는 경기 스타일을 일컫는 티키타카와 같은 용어가 차용된 제목만 보아도 앨범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축구라는 속성이 음악에 반영되었기 때문인지 앨범의 전반적인 곡들은 정열적이고 거칠다. 드라마 OST를 편곡해 다시 실은 '카발'의 속주나 바이올리니스트 콘(KoN)과의 합주가 폭발하는 '밀크쉐이크'만 들어보아도 이번 앨범이 한 층 더 발전한 박주원의 연주력과 속도감에 본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이전 정규 앨범이었던 < 슬픔의 피에스타 >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백호 정엽과 같은 쟁쟁한 목소리들과 합을 맞추었던 전작은 분명 보컬의 힘이 느껴지던 음반이었다. '방랑자'에서의 최백호의 중후함이나 '빈대떡 신사'가 지닌 정엽의 익살은 < 슬픔의 피에스타 >를 이끄는 확실한 동력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이번 앨범에서는 보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승리의 티키타카'에서 정엽의 흥얼거림은 곡의 중심이라기 보단 이후에 치고 나올 일렉 기타를 더 돋보이게 하는 촉매의 역할에 가깝다. 하지만 보컬의 부재가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박주원의 기타가 음의 여백을 가득 채워주었기 때문이리라. 오히려 유일한 보컬 곡인 '그 멜로디'가 의아하게 들린다. 코미디언 신보라의 보컬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앨범의 초점이 연주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박주원의 존경과 기호를 담은 커버곡들도 여전하다. 빌리 조엘(Billy Joel)의 'Just the way you are'과 밴드 레인보우(Rainbow)의 곡 'Temple of the king'이 각각 음반의 중간과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다. 특히 'Temple of the king'은 은은하고 차분한 편곡으로 음반의 문을 닫아주고 있다. 신과 구의 조화에 충실한 음악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최근 다른 매체에서 박주원의 손길을 듣는 것이 어렵지 않아졌다. 최근 아이유와의 작업도 있었고 드라마나 영화 OST로 계속 활약하고 있는 덕분이다. 집시 음악 월드 뮤직이라는 비주류의 영역에 서서 본인의 스타일을 계속 유지해나가는 것은 분명한 미덕이다. 대중음악의 지평은 이렇게 넓어지는 것이다. 박주원은 국내 대중음악의 어두움에서 빛나는 밝은 빛이다.

-수록곡-
1. 겨울날의 회상
2. 카발 [추천]
3. 캡틴 No.7 [추천]
4. 승리의 티키타카 (Feat. 정엽) [추천] 
5. Just the way you are
6. 명암
7. 밀크쉐이크 (Feat. Kon) [추천] 
8. 그 멜로디 (Feat. 신보라)
9. 나의 새벽
10. Temple of the king [추천]
이기선(tomatoappl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