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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Myself, My Music
김조한
2005

by 이민희

2005.04.01

진정한 고수는 목마름을 해결해 주는 자가 아니라 목마름을 자극하는 자일 것이다. 후자는 이미 갈증을 해소할 줄 알고, 그런 노하우를 활용해 구미를 당기며 요리할 줄 안다. 이를 음악에, 가수에 적용해 보자. 노래를 잘 한다 해서, 목청껏 가창력을 뽐내며 가진 소리를 발산한다고 해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능력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터뜨릴 듯 말 듯, 재능을 아끼고 다듬어 기대를 심어주는 자, 그가 진정한 승리자다.

김조한이 노래를 잘 하는 가수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한국적 알앤비에 있어 이제는 아버지라는 영광의 호칭을 붙여도 손색이 없다. 오랜 외국 생활에서 체득한 끈적한 호흡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렬하게 소개한 흑인 발라드의 전도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역사는 솔리드(Solid)라는 이름으로, 끝을 잡고 있던 1995년 어느 느끼한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발표했던 솔리드의 첫 번째 음반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나 '이 밤의 끝을 잡고'가 수면 위로 올라온 그때가 바로 오늘의 알앤비 홍수를 야기한 극적인 순간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 네 번째 음반으로 김조한을 만난다. 투데이(Today)라는 신인을 배출한 프로듀싱은 물론, 후배 가수에게 노래를 선사하는 작곡가로도 활약해 왔다. 유진의 첫 솔로 곡 'The best'도 김조한의 손 끝에서 나온 노래다. 그런 감각을 바탕으로 직접 프로듀스한 4집 < Me, Myself, My Music >는 자작곡만 열 곡을 담았다. 타이틀 곡 '버리고 버려도'를 비롯해 '짐', 'You're the best', 박진영이 작곡과 작사에 참가한 '사랑해요' 등 주력한 발라드들은 다년간의 경험에서 나오는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물론 가창력을 빼놓을 수 없다. 꺾고 조이고 지르는 데에 김조한을 능가할 보컬리스트가 있을까. 이미 이 방면의 도사가 된 그는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목청을 높이는 데에 목을 매지 않고 그저 물 흐르듯, 그 흐름이 유연하게 바뀌듯 농염하게 노래를 한다. 따라 부르기 어려운 노래들 일색이지만, 언제나처럼 차분하다. 도전적인 댄스곡인 'I believe', 'Yeah'를 부르고 쿨 앤 더 갱(Kool And The Gang)의 그 유명한 노래 'Celebration'을 리메이크하는 순간에도 좀처럼 흥분하는 기색이 없다. 노래를 다독이고 주무르며 태평하게 따른다. 이미 힘을 갖고 있지만, 그 힘을 제대로 조절할 줄 안다.

주지하듯 김조한은 가창력으로 현재까지의 우후죽순 알앤비 발라드를 평정한 인물이다. 솔리드가 등장하던 저 머나 먼 과거에서부터 예견된 일이다. 가장 탁월한 실력자, 능력있는 선배로 자리하고 있는 김조한은 꾸준히 노래에 전념하며 네 번째 음반을 발표했다. 그렇기에 아쉬운 부분을 애써 찾아야 한다면, 너무 매끈한 웰 메이드 음반이라는 것이다. 경력자 특유의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 Me, Myself, My Music >은 무모함이나 참신함이 주는 치기 어린 긴장감을 찾아 볼 수 없다. 상하좌우로 조금도 흔들림 없이 완벽한 안정의 구도를 취하고 있기에, 변신이나 파격이라는 이름의 두근거리는 상상을 애초에 차단해 놓았다.

-수록곡-
1. 버리고 버려도 (작사 : 양재선 / 작곡 : 김조한)
2. I believe (조은희 / 김조한)
3. 두 사람 (양재선 / 김조한)
4. 보낼 수 있을까 (서영아 / 김조한)
5. 짐 (심재희 / 김조한)
6. Yeah (성낙호 / 김조한)
7. You're the best (조은희 / 김조한)
8. 사랑하나봐요 (성낙호 / 김조한)
9. 맞춤 (시재희 / 기조한)
10. I'm missing you (Today / 김조한)
11. Celebration (성낙호 / 외국곡)
12. Prelude (작곡 : 김조한)
13. 사랑해요 (박진영 / 박진영)
14. 버리고 버려도 (Radio edit) (양재선 / 김조한)

프로듀서 : 김조한
이민희(shamch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