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기대
걸스데이(GIRL'S DAY)
2013

by 김도헌

2013.03.01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이제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케이팝 열풍의 주역으로 손꼽히던 아이돌 시장에 대한 이야기다. 쏟아져 나오는 그룹들 사이에서 확실한 정체성을 확립해야만 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의 약진으로 인해 대중들의 음악적 수요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비단 신인 그룹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라, 데뷔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그룹들에게도 중대한 문제다. 데뷔한지 2년 8개월, 걸스데이가 선택한 방법은 '변신'이다.

소녀로부터 성숙한 여성으로의 이미지 변신은 이미 전 싱글 '나를 잊지 마요'에서 어느 정도 예고되었던 터였다. 그러나 '기대해' 는 무대 위에서의 섹시한 퍼포먼스를 제외하면 여전히 과거 모티프와의 충돌을 피하지 못해 시종 혼란스럽다. 강한 일렉트로닉 비트와 기타 배킹 위에 얹힌 '귀엽게', '예쁘게' 등의 가사와 멤버들의 유약한 가창은 모순적이다. '한번만 안아줘'를 외치던 귀여운 소녀들로만 이들을 기억하고 있는 대중들도 이들의 콘셉트 전환을 모호하게 바라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결과적으로 단기적인 이득은 챙길 수 있겠지만, 걸스데이라는 그룹의 정체성 확립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콘셉트를 확립하지 못한 아이돌의 한계는 앨범 전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국 작곡가를 초빙한 팝 발라드 곡 'I Don't Mind'는 수려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지만 전 트랙과의 괴리로 인해 이질적이며, 그 다음 곡인 'Easy Go' 또한 트랙 배치의 어색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존의 이미지를 답습하는 '어쩜 좋아' 또한 마찬가지다.

오히려 신곡들보다 이제까지 이들이 활동한 싱글을 모아놓은 후반부가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앨범 구성은 정규 앨범을 단순한 '커리어 정리용'으로 생각하는 일반적 아이돌 그룹들과의 차이를 드러내며, 신곡들에 대한 관심을 환유하기 위함이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부분을 통해 드러나는 걸스데이의 커리어가 여러모로 <기대>의 현재 상황과 닮아있다는 점이다. '반짝반짝'으로부터 시작된 걸스데이의 소녀 이미지는 전범위적은 아니더라도 일부 마니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한번만 안아줘'와 '너 한눈 팔지마!' 등을 통해 이러한 이미지를 더욱 공고하게 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음악 트렌드인 클럽 튠을 시도했던 'Oh! My God!'은 이들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늘어가던 걸스데이의 인기에 제동을 거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상황이 현재 <기대>를 통해 데자뷰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아이돌들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기획사들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최선의 결과물을 제공해야만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확고한 콘셉트의 부재를 해결하지 못한 그룹에게 시행되는 실험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기대>는 음악적 완성도와 대중들의 수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어중간한 결과물이다. 어느덧 존재감 있는 그룹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걸스데이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그들 스스로 대중들에게 또 다른 '기대'를 심어주기 전 한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수록곡-
1. Girl's Day world (Intro)
2. 기대해
3. I don't mind [추천]
4. Easy go.
5. 그녀를 믿지마 [추천] 
6. White day
7. 어쩜 좋아
8. 반짝반짝
9. 한번만 안아줘
10. Oh! my God!
11. 나를 잊지마요
12. 너 한눈 팔지마! (Remix club ver.)
13. 기대해 (Inst.)
14. White day (Inst.)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