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돌적인 루저들, 록과 팝의 경계를 허물다.
레퍼런스의 언급은 뮤지션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시작점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모든 것이 될 수도 있다. 전기뱀장어는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는 밴드다. 기타의 질감이나 소리를 쌓아나가는 방식이 개러지 록 리바이벌, 그 중에서도 스트록스(Strokes, the)를 닮아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단순히 이에 매몰되지 않았다는 점이 각광받는 이유를 다시금 조명하게 만든다. 무심한 듯 펼쳐지는 오리지널리티는 수많은 팀들이 속해 있는 무취의 카테고리에서 자신들을 끌어내려는 장력의 발현으로 연결되며 듣는 이들에게 무시 못 할 즐거운 자극을 안겨주고 있다.
EP < 충전 >(2011)과 < 최신유행 >(2012)을 거쳐 발매한 풀앨범은 첫 작품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여준다. 스트레이트했지만 다소 뭉뚝했던 사운드는 자우림 멤버 이선규(프로듀싱)와 김진만(믹싱)의 도움을 받아 그 날을 벼리었고, 가볍게 느껴졌던 베이스도 다른 요소들을 받춰줄 만한 무게감을 갖추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여느 노련한 음악인 못지않은 완급조절로 러닝타임동안 쳐지는 부분 없이 일정한 텐션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겠지만, 미니앨범의 산뜻한 느낌을 정규작으로 가져오는 동시에 전기뱀장어라는 이름에 신뢰를 심는 과정을 신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스무스하게 통과하고 있다.
발군은 선율이다. 아무리 누구를 닮아있다 한들 이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은 바로 이들이 보여주는 멜로디에 있다. 직선적으로 뻗어나가는 리프에 얹히는 팝적인 감각은 딱히 관객의 대상을 일정층에 한정짓지 않는 힘을 발휘한다. 록적인 어프로치가 강한 곡들 대신 더블 타이틀로 '별똥별'을 선택한 것은 음율에 대한 믿음을 전파하려 하는 의도다. 그 독자성은 각 트랙에 고루 퍼져 있으며, 일반 대중에게도 어필 가능한 록과 팝의 중간점을 확실히 잡아낸다.
시작하자마자 후렴구가 귀를 휘감는 '화살표', 곡 전체가 듣기 좋은 훅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친 참치들'은 이러한 측면이 가장 잘 표현되어 있는 결과물이다.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와 같은 개러지 록과 컬리지 록의 조합이 변화무쌍한 템포와 함께 시너지를 발휘하는 '그녀의 모든 것', 담담한 어조로 반복되는 구절이 계속 머리에 맴도는 '최고의 연애' 등 후반부에도 긴장을 놓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여기에 자신들만의 언어에 대한 고민이 살아있다는 점이 반갑다. 보편적이지 않은, 명확한 시선과 관점으로 빚어진 비유와 은유들은 평범한 말들에 지친 이들의 주위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혁혁히 해내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의 세계의 들어온 탓에 “지구의 회전축이 기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별똥별'이나, “우린 결국 패배하겠지 / 어떤 변명조차 할 수 없게”라며 희망적이지 않은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최신유행', 최고라는 것은 쉽게 찾아오지 않기에 언제나 우리는 최고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품으며 살아간다는 '최고의 연애' 등에서 볼 수 있는 유니크한 표현법은 이들이 가진 또 다른 매력중 하나다.
기존에 있었던 스타일에 매몰되지 않고 '밴드가 장르'인 독자적인 음악을 해 나가야 진정한 아티스트에 가까워지는 법이다. 펑크도 아닌 개러지 록도 아닌 전기뱀장어의 음악을 한다는 것.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이 문장의 실천이 바로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다. 타 아티스트의 영향력에 기대고 있을 지언즉 이를 받아들여 나름의 시공간을 구축해 많은 이들을 그곳으로 데려다 놓았으며, 그리고 이것이 단기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올해의 루키로 손색없는 성과며 실적이다. 2012년을 두달 남겨둔 지금, 대중음악의 문법으로 실현시킨 예비록스타의 출현은 팀이름처럼 강한 스파크를 내뿜고 있다.
-수록곡-
1. 화살표 [추천]
2. 송곳니
3. 질투
4. 별똥별 [추천]
5. 거친 참치들 [추천]
6. 스테이크
7. 그녀의 모든 것 [추천]
8. 최신유행
9. 704호
10. 최고의 연애 [추천]
11. 프레디
12. 저녁의 노래
13. 수중분만(CD On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