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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ity
제드(Zedd)
2012

by 한동윤

2012.10.01

공연을 통해서 감각적인 사운드 구성 능력을 일찍이 검증받은 제드(Zedd)의 본격적인 출격이다. 본인이 제작자이자 감독, 주인공이 되어 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팬들의 기대는 더 클 것이다. 또한, 출시에 앞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엘리 굴딩(Ellie Goulding), 미국 록 밴드 원리퍼블릭(OneRepublic)의 보컬 라이언 테더(Ryan Tedder) 같은 스타 가수들을 초대할 예정임을 밝혀 또 한 번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신인답지 않은 스케일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2분을 지나면서 하우스로 본격적으로 변신하는 'Hourglass'는 애잔함을 내는 보컬과 강렬한 신스 루프가 잠시 어울리며 묘한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 올해 6월에 공개된 리드 싱글 'Spectrum'은 단순명료한 멜로디로, 'Follow you down'은 귀에 빠르게 익는 코러스와 스캣으로 중독성을 안긴다. 일렉트로니카 디제이라고 해서 전자음과 리듬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쉽게 받아들일 선율을 쓰고 구사하는 일에도 재능이 있음을 일러 주는 대목이다. 라이언 테더의 안정적인 가성과 시원한 보컬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 'Lost at sea'도 그렇다.

다이내믹한 구성은 기본이며, 제드의 특기다. 'Shave it up'은 후반이 압권이다. 오리지널과 같은 루프로 힘차게 달리다가 현악기를 넣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느낌을 조성하고 뒤이어 반음을 올린 진행으로 긴장감을 이어 간다. 전자음 위주가 아닌 다른 악기 편곡으로도 멋을 낼 줄 아는 감각이 돋보인다. 'Stache'는 약간의 일렉트로닉 록 구사와 표현하는 사운드의 유사성으로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 Discovery >와 < Human After All >을 집약한 듯한 인상을 주지만, 4분 동안 여러 차례 감행하는 용감무쌍한 변주는 다프트 펑크와 닮았다는 느낌보다 더 큰 신선미를 전한다.

앨범은 수록곡들 전체가 한 편의 믹스 세트를 완성하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곡들은 후반부에 다음 곡의 주요 동기를 나타냄으로써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더구나 초침 소리로 끝나는 마지막 곡 'Epos'는 같은 초침 소리로 시작하는 첫 곡 'Hourglass'와 수미쌍관을 이룬다. 철저하게 계산된 이 흐름이 본 작품의 드러나지 않는 진가다. 믹스 세트를 지향한 덕분에 청취자들은 클럽에서 직접 그의 플레이를 보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 Clarity >는 일렉트로닉 댄스음악, 특히 강력한 하우스의 매력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괜히 타이틀을 '명료성'이라고 지은 것이 아니다. 듣는 이의 심박수를 상승시키며 청중을 춤추게 할 힘차고 명확한 사운드가 표출된다. 그럼에도 이 재능 있는 뮤지션은 자신의 트위터에 밝히기를 “나는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을 만들지 않는다. 나는 음악을 만든다.(I don't make EDM. I make M.)”고 했다. 장르에 구애되지 않고 사람들을 감동시킬 자신의 음악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가 엿보인다. 일렉트로니카 신을 넘어 음악계의 대세로 성장할 신인 디제이의 화려한 무대가 이제 막 시작됐다.

-수록곡-
1. Hourglass (feat. LIZ) [추천]
2. Shave it up [추천]
3. Spectrum (feat. Matthew Koma) [추천] 
4. Lost at sea (feat. Ryan Tedder)
5. Clarity (feat. Foxes) [추천]
6. Codec
7. Stache [추천]
8. Fall into the sky (with Lucky Date, feat. Ellie Goulding)
9. Follow you down (feat. Bright Lights)
10. Epos
한동윤(bionicso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