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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불짜리여자
(Deb)
2011

by 황선업

2011.09.01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댔던 타루의 2집 < 100 Percent Reality >(2011)에 대한 실망감이 이 소포모어 작의 첫인상에서 느껴졌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모호한 메시지와 억지스러운 멜로디는 귀에서 겉돌았고 이는 자기 정체성 과신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런 탓에 리뷰를 위해 조각조각 끼적여 놓은 글들의 대부분은 부정적인 어조를 띠고 있었지만, 시디를 딱 다섯 번째 돌리고 나서 준비해놓았던 감상의 대부분은 철회시켜야만 했다. 생각보다 좋은 앨범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아직도 뎁이 페퍼톤스의 그림자를 확실히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은 스타일이나 가사 보다는 'Ready, set, go'라는 노래가 가진 대중성에 기인한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솔로 커리어와 구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1집 < Parallel Moons >(2008)에서도 그랬듯 뎁이 주선해 오는 노래들과의 첫만남은 뭔지 모르게 모호함을 동반한다. '환절기사건'이나 '랑데-브'처럼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느낌을 상당부분 안고 가는 곡들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통과정에서 호흡곤란이 온다. 뎁의 발화는 전달방법에 있어서 미숙한 부분이 있다. 노랫말도 그렇지만 라이브에서 특히나 약간의 아쉬움을 보이는 그녀의 보컬 또한 때로는 음정과 발음이 명확치 않은 탓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듣는다는 행위 자체에 집중력을 요구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Ready, set, go'와 같이 어쿠스틱 기타와 키보드가 기반을 이루며 질주해 나가는 '소녀여 기타를 잡아라'나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대중친화적 곡조의 '모노레일'이 들린다고 이 작품을 다 들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짜 백만불짜리 여자는 그 외의 곡들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찾아야 그 머리카락 끄트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피아노 터치와 브라스가 리듬감 있는 운용을 보이는 '백만불짜리'는 대표격을 띄는 트랙이라 할만하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모던록의 차림새를 띄고 있지만 그 안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 갈 수 있도록 편곡에 힘을 기울였다. 주로 재즈의 요소를 활용하려 한 흔적이 보이지만, '지하요새'에서는 그 폐쇄된 분위기를 살리려 보컬에 이펙트를 걸고 기타의 와우사운드를 적극 활용했으며, '마천루'에서는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배치해 끝이 보이지 않는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해냈다. 본인이 의도하고자 했던 팔레트는 이러한 트랙들에 보다 넓게 펼쳐져 있다.

이처럼 이러한 시도들이 음악적인 욕심에서 발현되었다기 보다는 가사가 지닌 이미지의 구체화를 위한 방법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백만불짜리 여자 자가육성 성장기'라는 스토리의 콘셉트 작이라는 프로모션 문구와는 달리 전작처럼 일기장에 쓴 글들을 음표와 악기들로 길들였다는 인상이 이어지는 것은 이러한 다채롭고도 한편으로는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있다. 그 무대가 비현실에서 현실로 넘어왔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자신만의 작법과 화술이 명확하기에 뎁이라는 글자에 담겨있는 속내를 드러내기엔 안성맞춤이다. 다만 그만큼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는 않기에 그 세계에 녹아들기가 녹록치 않을 뿐이다. 이처럼 이해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이 곳곳에 상주하고 있지만, 뮤지션으로의 성장은 분명 뚜렷하다. 나르시즘이라 놀릴지언정 여타 뮤지션처럼 허세로 비추어지지는 않는 것은 전곡의 작사, 작곡, 편곡과 대부분의 연주를 도맡아 해냄으로서 얼마간의 노력을 증명해 낸 덕분이다. 홍대 여신이라는 말이 생겨난 지도 2년, 그 언어 역시 사장되어 가는 지금 그녀가 계속 달고 싶었던 이름표는 '홍대 뮤지션'도 아닌 '홍대 작가'라는 직함이 아니었나 싶다. 돌고 돌아 기타를 잡은 그녀의 록큰롤 글쟁이 인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수록곡-
1. Theme
2. 멋진 인생
3. 소녀여 기타를 잡아라 [추천]
4. 마천루 [추천]
5. 내 이름을 불러줘
6. 모노레일
7. 백만불짜리 [추천]
8. 지하요새 [추천]
9. 환절기사건
10. 어디에도 없는 곳
11. 그놈의 사랑타령
12. 언제나 내게 감탄의 사람
13. 랑데-브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