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a Scale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는 슈퍼파워만큼이나 미국은 슈퍼 히어로도 참 많다. 굳이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될 만한 다수의 초인들이 원전인 만화에 산적하고 있으며, 스크린까지 바쁜 몸을 이끌며 세계평화에 앞장선다. 아예 초능력자를 패키지로 모은 드라마가 전파를 탈 정도다. 이쯤 되면 미국 어딘가에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신조 하에 범죄 퇴치할 생각에 번뇌에 휩싸인 영웅이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다.
슈퍼히어로를 꼬마 아이들이 한 때 동경하는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않는 미국의 상황으로 논점을 이동한다면 니요의 이번 앨범 콘셉트를 단순히 유치한 치기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사실 신경도 많이 썼다. 앨범의 기본 콘셉트에 의거하여 싱글 커트되어 발매하는 각 뮤직비디오마다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앨범 내에서 니요는 제롬(Jerome)으로 분하여 환경 미화원의 처지에서 자신도 짐작치도 못했던 초능력을 얻게 된다.
곡의 배치도 스토리의 흐름을 충실하게 따른다. 신분상승과 함께 수반된 한량의 유흥을 마음껏 즐기면서 첫 트랙인 'Champagne life'에서 건배를 청한다. 하지만 기쁨은 찰나에 불과했다. 초능력을 얻게 되는 조건 중에 하나, 즉 사랑에 빠지면 안된다는 금기를 넘어서는 바람에 한때의 연인은 일순간에 정적인 다이아몬드 아이로 탈바꿈한다. 여기에서 오는 혼돈과 애증이 앨범 콘셉트의 큰 축을 이루게 된다. 영웅 신화의 콘셉트와 대중적인 접점을 영리하게 모색한 면모가 바로 이 지점이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사랑을 받았던 이유이기도한 깔끔하면서 선명하게 재단된 멜로디는 다행히 그대로다. 충분히 절제된 보컬과 자잘한 기교의 공존이 심심찮게 귀를 호사시킨다. 사소한 추임새 하나만으로도 마이클 잭슨의 온기를 필사하고 있는 'Champagne life'가 그러하며, 들뜬 비트 위에서도 애절함을 전달하는 'One in a million'의 멜로디 라인은 감흥을 증폭시키는 매력이 있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역동적인 템포의 알앤비 곡이 가쁘게 질주한다. 'Genuine only'에서 시작하여 'Cause I said so'를 거쳐 피치를 고조시킨다. 끝내는 첫 번째 싱글이었던 'Beautiful monster'에서 프로듀서 팀 스타게이트(Stargate) 특유의 휘황찬란한 코러스로 정점을 찍는다.
주목할 점은 지난 앨범 < Year Of The Gentleman >에서 곡 제작 참여지분을 넓혀가기 시작하더니, 본 앨범에서는 전곡의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본래 피쳐링 참여에 제한을 두기도 했지만 'Crazy love'에서 패볼러스(Fabolous)가 랩 도움을 준 것이 본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타인의 목소리다.
전체적인 앨범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은 그동안 축적해온 노하우와 자신감이 발현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때마침, 최근 매체를 통해서 트레이 송즈(Trey Songz)와 선배격인 어셔(Usher)의 근작들을 느긋하게 비평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슈퍼 히어로에 걸맞은 행보다.
-수록곡-
1. Champagne life
2. Makin' a movie
3. Know your name
4. Telekinesis
5. Crazy love (feat. Fabolous)
6. One in a million [추천]
7. Genuine only [추천]
8. Cause I said so
9. Beautiful monster
10. What have I d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