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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쓰다
변진섭
2010

by 조아름

2010.10.01

발라드의 위상이 하늘을 찌르던 1980년대 말, 그 시작점엔 변진섭이 있었다. 맑고 산뜻한 미성은 대한민국을 첫사랑을 시작한 소녀의 뺨처럼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희망사항’, ‘숙녀에게’, ‘너에게로 또 다시’.. 1990년대의 대중음악계는 변진섭이라는 이름으로 풍족할 수 있었다. 발라드는 전성기를 흘려보냈고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를 찾던 청년은 40대의 아저씨가 되었지만 감성은 그대로다. 차분한 현악기로 뒤뜰을 정리하고 그 앞을 덤덤한 목소리가 훑어 지나간다. "술이 참 우습다 왜 제멋대로 잊었던 그녀를 데려와", "사랑이 우습다 왜 한사람만 울리고 기억하게 하고.." 침묵하는 보컬을 대신해 가사가 눈물을 흘린다. 변화에 맞춰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만이 웃음으로 향하는 지름길은 아니다. 자리를 비운 3년 동안, 그는 앞뒤 20년을 감싸는 법을 터득했나보다.
조아름(curtzz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