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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사랑하는게 아니고
오지은
2009

by 이대화

2009.05.01

가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 과연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이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내 마음을 즐기고 있는 건지, 분간이 안 될 때가 있다. ‘날 사랑하는게 아니고’는 바로 이 맥락에서 하는 말이다.


“날 사랑하는게 아니고 / 날 사랑하고 있다는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 날 바라보는게 아니고 / 날 바라보고 있단 너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가사를 읽어본 뒤 앨범 재킷 사진을 흘끗 본다면, 아마도 오지은이란 가수가 요즘 떠오르는 ‘홍대 얼짱’ 부류의 가수 (혹은 그들에게 그렇게 덧씌워진 이미지의 가수)일 거라 생각하기 쉽다. 사랑과 세상에 대한 조금 독특하고 재밌는 시선들, 그리고 스스로 곡을 쓰고, 홍대에서 활동하며, 무엇보다 ‘여자’라는 것에.


하지만 이 노래는 귀엽지도, 예쁘지도, 살갑지도 않다. 록 사운드를 내걸고 있으며, 창법 역시 꽤 터프하다. 다소 과장되게 깊은 가사들에서도 진지함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앨범 전체의 느낌도 좀 ‘질척’하고, ‘삐딱’하달까.


홍대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에게 가해지는 그런 시선들 때문에라도, 오지은의 이 곡엔 더 관심이 간다. 당대의 여성성에 일정 부분 반(反)하는 여성성이랄까. 이것은 팝 음악계 내에서 여성 로커들이 줄곧 반복해온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이대화(dae-hwa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