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가늘지만 길게! ‘TV 엔터테이너’와 ‘록 스피릿’ 사이의 괴리감을 토로한 바 있던 김종서는 아마도 저 괴로운 선택의 기로에서 후자를 택한 듯 싶다. 쇼 프로그램에서 유행어를 만들려 노력하는 모습, 갑작스런 드라마 출연. 이 모두 굴지의 메탈 밴드를 두루 섭렵한 강성 로커에겐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음악은? 최근 싱글 형태로 발표된 '아버지'는 그간의 행보를 통해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평이한 발라드 곡이다. 언제는 김종서가 발라드를 안불렀냐만, 익숙함을 최대의 미덕으로 삼은 이 노래는 록 터치에 대한 심한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슬로템포라도 조금 더 신선한 방법이 있었을 텐데, 너무 안전함으로만 승부를 건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역시 동일선상에 위치한,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명작>에 유일하게 수록된 신곡 'I love you'에서 느꼈던 불안감이 다시금 밀려온다.
이제 김종서의 로큰롤은 앨범의 한 모퉁이에만 자리하게 되는 것일까. 어쩐지 입맛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