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멜로드라마의 음악으로 영화에 데뷔할 것만 같았던 윤종신의 영화음악이 '코믹액션물'이었나? 실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시나리오 작가출신 감독 장항준의 장편데뷔작이기도한 <라이터를 켜라>는 단순한 오락물에 그치지 않는다. '가지지 못하고 힘없는 자'의 삶에 대한 페이소스를 듬뿍 담아내고 있다. 웃고 나서도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타이틀곡인 '담배 한 모금'은 주인공 봉구(김승우)의 테마다. 몸소 체험한 듯 진지하게 써낸 가사와 블루스 멜로디는 무엇을 해도 잘 풀리지 않던 봉구의 마음속을 가장 잘 풀이해낸다. 블루스에 윤종신의 목소리가 고즈넉하게 녹아든다.
윤종신이 유희열과 함께 노래한 '어느 예비군의 편지'는 고(故)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전주를 인용해 낯익은 그 멜로디가 서서히 다른 곡으로 변주된다. 가사를 계속 듣고 있으면 쓸쓸하다기보다 후줄근하고 궁상스럽다. 그래서 '예비군'이란 말이 더욱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영화 속에 원래 존재했던 서울역 풍경에 삽입될 노래였던 '서울역'. 그러나 영화의 빠른전개를 위해 그 장면이 삭제된 이유로 앨범에만 수록되었다. 정감있는 김광진의 보컬과, 유희열의 가녀린, 하림의 테크니컬한 보컬이 참신한 하모니를 이뤄냈다.
물론 액션장면을 위한 음악도 등장한다. 철곤(차승원)의 회상 속 액션에는 이주한의 트럼펫과 펑키한 베이스가 어우러진 'The spectacle life'가, 300원 짜리 빨간 색 라이터를 찾기 위해 끝까지 덤벼드는 주인공 봉구에게는 1980년대 액션영화장면을 연상시키는 복고풍 선율이 흐른다. 그리고 영화전반에 걸쳐 정신없이 떠들던 조연들-떠벌남(강성진), 싸가지(김채연), 침착남(유해진)을 비롯한 승객들-이 마음 속 가득한 불만을 폭발시키는 '승객의 봉기'는 비장미 넘치는 군악대의 연주를 연상시킨다.
팬들에게 감성적인 발라드로 기억되어온 가수 윤종신의 또 다른 면모를 찾아볼 수 있는 앨범이다. '코믹액션'의 정형성을 피해서 언밸런스로 그려낸 음악이라 더 신선하고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
-수록곡-
01 라이터를 켜라 - Main Theme (Light Version)
02 어느 예비군의 편지 (with 유희열)
03 서울역 (with 김광진, 유희열, 하림)
04 Action 봉구
05 The Spectacle Life (with 이주한 - trumpet)
06 밤차
07 담배 한 모금 (봉구 Theme)
08 승객의 봉기
09 꿈을 잃은 사람 (철곤 Theme - with 하림 - harmonica)
10 라이터를 켜라 (Main Theme) - Heavy Version
11 꿈을 잃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