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집에서 과잉 생산된 울분과 슬픔을 3집의 치유과정을 통해 안정시키고 온화한 분위기를 찾아 길을 떠날 즈음 새로운 작품을 만났다. 어쿠스틱 소품집이라 할만한 스페셜 앨범은 그간 넬이 보여준 다양한 색깔들을 보다 쉽게 각인시킨다. 비정규 앨범까지 포함해 총 다섯장의 앨범에서 자연스러움보다 난해함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짙은 농도는 점차 옅은 과정을 거쳤다. 방송무대를 통해 대중들에게 한발 짝 더 다가갔고 수용 폭이 넓어지면서 외골수 이미지를 걷어냈다. 3집이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다.

도약하는 듯한 카타르시스, 우울한 분위기의 보컬이 특징이었던 기존 넬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간소한 연주와 절제로 인한 산뜻함이 느껴진다. 진하게 터뜨렸던 3집의 'Good night'은 스네어 드럼의 잔잔한 터치와 어쿠스틱기타 피아노의 구성으로 변모했다. 메이저 데뷔 히트 곡 'Stay'는 오르간의 경건한 분위기를, 비슷한 색채의 '미련에게'는 포크 감성을 살리면서 아담한 소극장 공연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타이틀 곡 'It's okay'는 일렉트로니카 리듬을 살리고 있다. 비트가 잘게 쪼개진 가운데 각각의 악기가 연주되지만 영역침범 없이 모두가 조화롭다. 신곡 'Down'에서도 일렉트로닉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단절되지 않고 모두가 연속되어 있다. 아날로그의 느낌을 디지털에 재현한 듯한 인상이다. 'Onetime bestseller'에서는 소규모의 편성에 따른 공간감을 분화시킨 비트와 갖가지 목소리들로 채우면서 공명의 상태를 선보이기도 한다.

변화보다는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새로운 모습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음악은 더 솔직해졌다. 과잉된 감정을 인정하고 절제하여 재탄생한 결과물들은 사뭇 느낌이 다르다. 아집으로 인한 매너리즘 보다는 창작을 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 수록곡 -

전곡 작사, 작곡 : 김종완

1. Good night

2. 연어가 되지 못한 채

3. 믿어선 안될말

4. Onetime bestseller

5. Stay

6. Thank you

7. It's okay

8. 미련에게

9. Down

10. 백색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