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tand!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1969

by 임진모

1994.06.01

시대정신을 업은 흑인 최초의 사이키델릭 사운드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and The Family Stone)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나 미국에서는 활동 당시 최고 인기를 누렸고 팝역사에서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그룹이다. 록의 황금기인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반까지 활동한 그들은 이 기간 동안 다섯 곡의 차트 톱 10 싱글을 발표하며 대중의 열화와 같은 호응을 얻었다.

록평론가들이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흑인그룹 최초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구사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흑인 가수나 그룹하면 '모타운식 소울' 또는 '리듬 앤 블루스'가 연상되기 마련인데 사이키델릭 음악을 내걸었다는 것은 시선을 끌 소지가 충분했다.

사이키델릭 시대에 사이키델릭을 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지만, 우선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음악은 강한 친화력을 내뿜었고 그러면서도 독특했기에 남다른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와와 키타사운드에 이펙트를 입혀 만들어낸 사이키델릭 무드는 분명 유별난 데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록 역사의 주요그룹'으로 자리잡게 해 준 것은 그들의 메시지에 이입된 시대정신이었다. 그들을 논할 때 활동 기간, 흑인그룹이라는 출신성분 말고도 샌프란시스코라는 활동무대는 매우 중요하다. 그 시기의 샌프란시스코라 하면 사이키델릭과 '반사회적' 히피의 본거지를 뜻하는 특수성이 있지 않은가.

그룹의 리더인 실베스터 스튜어트는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유명 방송국 디스크 쟈키였다. 방송일을 하면서도 그는 시대상황을 직시하고 있었다. 음악 및 악기감각의 탁월함을 살려 팝그룹을 조직, 사회혁명의 정신을 설파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그가 전부 쓴 그룹 노래에 흑인으로서의 평등요구와 자기결정의식이 돌출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넌 너무 오래 앉아 있었지. 영원히 주름만 질 거야.'일어서!''Stand!)

노력하면 할 수 있어. 좀더 세게 밀어봐, 좀더 깊이 생각해봐. 일부러 하려 하지 마, 실망스러워, 자 모두 함께! '노력하면 할 수 있어' (You can make it if you try)

'니그로라 부르지마, 흰둥이들아'(Don't call me nigger, whitey) 에서는 제목이 노랫말의 전부일 만큼 줄기찬 반복으로 백인 지배세상에 삿대질을 하고 있다. 13분 47초의 긴 연주곡 '섹스기계'(Sex Machine)와 '난 너를 황홀하게 하고 싶어'(I want to take you higher)는 각각 곡조와 노랫말로 자신들이 사이키델릭 그룹임을 천명한다.(당연히 실베스터 스튜어트는 마약을 과도하게 복용, 나중 치유불능의 상태에까지 도달한다.)

<롤링 스톤>지는 그들을 "사이키델릭한 자기 표현과 제임스 브라운의 고도로 훈련된 리듬 추진력이 결합된 그룹" 이라며 "그것은 경이적인 결혼이었다."고 일컬었다.

'반문화'적 시대를 관통하는 순수하고 유토피아적인 주장은, 간간이 보이는 대중성이 강한 음악과 함께 그룹의 음악이 범상치 않음을 말해준다. 이 앨범은 69년 발표된 그들의 3집이며 6집인 <폭동 진행중>(There's a riot goin' on)과 함께 그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앨범에서 '매일의 인간'(Everyday people)은 차트 1위를 차지했고 타이틀곡 '일어서!'는 22위에 랭크되었다.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