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 스톤과 함께 춤을!
앨범 커버가 띄는 메시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재킷 사진은 작가의 작풍 의도를 반영하기도 하며, 그 작품의 개성을 대변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재킷을 보면 음반 스타일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슬라이 스톤(실베스터 스튜어트)에게 헌정된 이 증정물도 마찬가지다. 정 중앙의 슬라이 스톤을 중심으로 그 뒤로 익숙한 아티스트들이 백그라운드를 장식한다. 이는 앨범의 성격을 규정해주는 좋은 장치다. 누가 봐도 ‘트리뷰트 앨범’임을 알 수 있는 거다.
이 특별 프로젝트를 위해 신구세대를 아우르는 팝 명인들이 대거 출연한다. 버디 가이와 아이작 헤이스, 스티븐 타일러 같은 노장들과 모비, 마룬 5, 디앤젤로, 존 메이어 등 젊은 뮤지션들이 그 낡은 마스터 테이프의 인테리어 공사에 적극 협조했다. 20여 팀이 넘는 이들 모두를 일일이 언급하자면 이 비좁은 공간의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그 중 존 레전드와 조스 스톤은 1위 곡 ‘Family affair’를 입체적으로 노래하며, 빅 보이(아웃캐스트)는 ‘Runnin’ away’를 힙합 버전으로 재치있게 해석했다.
이처럼 슬라이 스톤과 그 스톤 패밀리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 ‘21세기 문법’으로 재창조됐다는 데 그 묘미가 있다. 이른바 ‘혁신’과 ‘혁명’ 노선의 지속이다. 익히 유명한 ‘I want to take you higher’, ‘Everyday people’, ‘You can make it if you try’ 등 6, 70년대 흑인 운동과 그 맥을 같이 했던 명곡들이 새로 리모델링 과정을 거쳤다. 이는 ‘올드 스쿨의 전통’과 ‘뉴 스쿨의 애티튜드’가 절묘하게 퓨전된 결과물로 구체화된다.
그래서일까. 음반의 키워드는 ‘샘플링’과 ‘리믹스’ 작법의 활용에서 찾을 수 있다. 달리 말해 원곡이 외피를 바꾼 ’변주곡’ 패턴을 집중 분석해 볼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엔딩 송 ‘Thank you nation 1814’에서 이 같은 양식은 곧잘 드러난다. 슬라이 스톤의 ’Thank you’와 자넷의 ‘Rhythm nation’이 활기찬 로큰롤 댄스로 변신을 시도했다. 앨범 전편의 관전 포인트도 그 변화된 사운드 곡선에 있다.
사실 거창한 수식어구가 필요 없을 듯하다. 오랜만에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음악세계를 다시 만나는 것만도 마냥 즐겁다. 처음부터 끝까지 귀를 뗄 수 없는 노래들. 그냥 춤을 추듯 몸으로 느껴라. 여기에 담긴 곡들을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섹시한 표현을 빌리자면 시종일관 ‘오르가슴’이다.
물론 수록곡이 로큰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그 찬란했던 고전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그러나 단 한곡도 날 포장된 곡이 없다. 적어도 리메이크를 하려거든 이 정도의 센스는 발휘해야 원곡에 대한 예우가 아닐까 싶을 만큼, 객원가수들이 감행한 치장은 몹시 유쾌하고 인상적이다. 오리지널을 훼손시키지 않는 영역에서 작업이 진척된 점은 요즘 리메이크 열풍인 우리 가수에게 일침을 놓는다.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작품집이다. 흑인 음악이 이 얼마나 매력적인 소리색의 집합체인지 잘 말해주는 앨범. 지난날 흑인들의 분노와 투쟁을 ’사이키델릭 소울 펑크’로 거침없이 표출했던 슬라이 스톤의 음악적 영풍(英風)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PS: 본인이 음악 애호가라 자부하는 이들에게 “이 음반을 반드시 챙기라”고 적극 당부한다.
출연진: Will.I.Am, Maroon 5, The Roots, Big Boi, Sleepy Brown, Killer Mike, John Legend, Joss Stone, Van Hunt, Scar, Cee-Lo, Green, DJ Swiff, Devin Lima, Wylde Bunch, Moby, Buddy Guy, John Mayer, Chuck D, D’Anglelo, Isaac Hayes, Steven Tyler, Robert Randolph, Nappy Roots, Martin Luther, Janet Jackson, DJ Reset
-수록곡-
1. Dance to the music
2. Everyday people
3. Star
4. Runnin’ away
5. Family affair
6. (You caught me) Smilin’
7. If you want me to stay
9. Love city
10. You can makit if you try
11. Sing a simple song
12. I want to take you higher
13. Don’t call me nigger, whitey
14. Thank you rhythm nation 1814
Produced By Sylvester Stew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