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론(Clon)의 < Victory >는 완벽하게 두 면으로 쪼개져 있는 음반이다. 'OK alright' '우하' 등은 시즌에 걸맞는 바캉스 색채를 예의 월드컵의 대국민적 열기와 버무린 신나는 리듬으로 '쿵따리 샤바라'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고, '내 사랑 송이' '무언의 발걸음' '슬픈 사람들' '소외된 외침' '병상일기' 등은 선명한 제목과 극적인 가사들로 <오체불만족>을 연상케 하는 수기집의 기능을 한다. 전자는 클론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더 큰 무게가 실려있는 후자는 끔찍했던 사고 이후 찾은 대안이라는 희망이다.
며칠 전 클론의 컴백 무대를 보았다. 가요 프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극장>을 보는 것 같았고, 즉 가수 클론이 아니라 인간 강원래와 인간 구준엽을 보는 느낌이었다. 슬프지만 극복 의지 뚜렷한 가사, 휠체어에 몸을 싣고 땀 흘리며 춤추는 모습은 그들이 생존하고 버텨온 지난한 시간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대부분의 인간적인 다큐멘터리들이 그러하듯 주인공이 된 그들의 질곡어린 삶 자체가 우리의 감정을 동요하게 한다. 강원래와 구준엽은, 그리고 그들의 변치 않는 뜨거운 우정은 분명 감동적이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조금 부끄럽다. 온전한 육체가 품은 나약한 정신으로 세상을 향한 불만과 분노를 느끼는 일상적인 순간들이 매우 부끄럽다. 복귀한 클론에 쏟아지는 무수한 동정 여론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사실 '동정'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다는 것도 결례인 것 같아 유감스럽다. 어쨌든 우리의 반성은 온갖 편견과 불합리, 그리고 수많은 우려들에 맞서 어렵게 무대에 선 클론에게 선사하는 순수한 격려 즉 '빅토리'일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클론의 노래와 메시지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진정한 감동의 원천은 노래가 아니라 그들의 삶이라는 얘기다. 구준엽과 강원래의 재기는 주목할 만한 사건이고 코끝 찡한 아름다운 드라마이지만, 김창환이 주로 (얼마나 고된 삶이었는지를 매우 직설적으로 쓴) 가사를 붙이고 신나는 리듬을 실어 가공한 열네 곡들은 음악적 성장이나 가수로서의 고뇌와는 무관하게 상투적으로 들린다. 그래서 < Victory >는 희망과 정체가 섞여 있는 적잖이 혼란스러운 음반이다. 클론이 택한 대안이 어떤 방향의 '빅토리'인지를 묻게 한다.
-수록곡-
1. 세상 밖으로 (김창환 / 김창환)
2. OK alright (김창환 / 김창환)
3. 우하 (김창환 / 김창환)
4. Ready to go (오훈 / 오훈)
5. 내 사랑 송이 (김창환 / 김창환)
6. Let's go (김창환 / 김창환)
7.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8. 소외된 외침 (박명호 / 오훈)
9. 대면
10. 무언의 발걸음 (김창환 / 김창환)
11. 지금도
12. 슬픈 사람들 (박명호 / 박명호)
13. 너에게 쓰는 편지 (김창환 / 김창환)
14. 2001.4 병상일기 (김창환 / 김창환)
프로듀서 : 김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