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enorita
이소은
2002

by 이석원

2003.05.01

스페인어로 '아가씨'를 뜻하는 이소은의 통산 3집은 소녀에서 숙녀로 발돋움한 그녀의 과감한 변신 의지를 담고 있다. 남성들을 어쩔 수 없게 만들던 다소곳한 미소녀 이미지는 발랄한 20대 초반의 세련됨으로 대체되었고, 그녀 자신은 실제로 대학생으로 성장했다. 또한 그 동안 자신을 밀어주고 띄워주고 예뻐해 주던 드림 팩토리를 벗어나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다. 그녀는 복잡한 손익계산서를 손에 쥔 채 다소 힘들거라 보이는 발걸음을 아주 신나게 재촉한다.

그녀의 힘찬 모습은 앨범 초반의 상쾌한 원투펀치 '키친'과 '오래오래'에 잘 투영되어 있다. 전자기타의 흥겨운 백킹이 이제까지는 없던 활력을 일으키며 다소 극적인 곡 구성 또한 그녀의 씩씩함을 돋보이게 한다. 무대에서 춤추는 모습도 별로 이상해 보이진 않는다. 덕분에 대만 가수 손연자(Yan Zi)의 '녹광'을 리메이크한 '오래오래'는 경쾌한 폴카 리듬을 깔고 팬들에게 새롭게 어필하는데 이미 성공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가씨의 당돌한 변신은 거기까지다. 더 이상의 도발은 없다. 김동률이 선물한 '그대이길 바래요', 다소 동양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진달래', 이소은 본인이 자작한 'You are the one' 등은 모두 예전의 착한 소녀상을 그 안에 품고 있다. 자기 희생적인 '작별'을 고하고 가만히 '서방님'을 불러보던 바로 그 모습이다. 그녀는 다소 커다란 외적 충격을 동반하긴 했지만 자신을 지탱해주는 가장 큰 매력은 분명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음악이 좀 어정쩡해졌다는 느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강도 높은 변신 의지의 피력과 기존 이미지의 잔재가 서로 충돌해 약간의 손해를 내는 것이다. 여기에 다소 특별해 보이는 차갑고 매끈한 R&B 감성이 끼어들어 듣는 이들을 약간 놀라게 만든다. 'All of your love', '끝', 그리고 흑인 여가수 마야(Mya)의 곡을 리메이크한 'Free'가 바로 메이저 고급 발라드의 착한 공주님 역할만 해왔던 이소은의 또 다른 시도다. 그것은 뒤를 봐주는 편곡자 와사비(Wasabi Icecream)의 공인 동시에 이승환 사단을 뛰쳐나온 그녀 자신의 새로운 선택이다.

변화의 폭과 내용이 아직은 설익은 감이 있다. 하지만 세상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청춘의 싱그러움을 만끽하고 있는 그녀에게 좀더 엄격한 음악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너무 가혹해 보인다. 당당한 자기 모색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따라서 기분 좋게 도전하는 아가씨는 역시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게 좋다. 마치 소개팅에 나온 것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보증컨대 분명 폭탄은 아니다. 오히려 퀸카 쪽에 가깝다.

-수록곡-
1. 1103
2. 키친
3. 오래오래
4. 그대이길 바래요
5. Charm
6. Summer Memory
7. All of your love
8. 끝
9. 부탁
10. 진달래
11. 가을愛
12. You are the one
13. 그댈 보았죠
14. Free
15. All of your love (House Version)
이석원(slpain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