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듣고 자란 음악에 뿌리를 둔다. 유년기의 기억이 21세기부터 시작하는 Z세대가 뮤지션의 길로 들어서고 있으니 코로나19가 점화한 'Y2K' 스타일 유행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복고의 대표주자를 맡았던 팝 펑크 장르의 기세가 가라앉은 틈을 타고 등장한 변종 무리, 애프터는 그중에서 부단히 이름값을 키워가는 팀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인연을 맺은 2인조 혼성 밴드는 2023년부터 음악을 발표하기 시작해 두 장의 EP를 거쳐 데뷔 3년 5개월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거대 음반사가 반항적 여성 얼터너티브 아티스트에게서 상업적 가능성을 발굴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듀오는 그 교차점 혹은 타협을 숭상한다. 하나씩 뜯어보면 학습의 태도가 아주 열성적이다. 프로듀서 그레이엄 엡스타인의 사운드는 격렬한 브레이크비트부터 몽환적인 트립합까지 아우르고, 보컬리스트 저스틴 도시는 흔히 미셸 브랜치와 비교되는 음색을 지녔다. 특히 'Promise'에서 촉촉하게 노래하다가도 'Metal' 같은 트랙에서 폭발력을 곧잘 발휘하는 그의 보컬은 세기말 그 시절만의 눅눅한 공기를 어찌 이리도 잘 내뿜는지 신기할 정도다.
갈수록 짧아지는 레트로 주기가 달갑지 않은 이들은 그룹에 전반적으로 짙게 드리운 향수를 삐딱하게 보기도 한다. 보도자료 사진의 구도와 옷차림, 어둡고도 신비스러운 앨범 커버 등 음악 외적으로도 복각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는 지나친 콘셉트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결국 돌파구는 진정성이고, 음반은 당당하다. 'Blind'와 'Snowburn'에서 진한 멜로디를 새기며 그룹은 자신들이 겉치레만 챙기는 부류가 아니라고 당차게 주장한다.
수명이 얼마나 갈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음악에도 당연히 유통기한이 존재하고, 한때 핫했던 아이템도 몇 개월 후에는 재고 처리 물품으로 전락하니까. 유독 적극적인 과거지향성으로 화제를 몰고 있는 애프터는 그래서 더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과연 지금의 열풍이 걷히고 난 후에도 설 자리가 남아 있을까? 추억의 명곡과 잊혀진 노래가 심심찮게 역주행하는 추세에 조작된 타임캡슐의 한계는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닐까?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일단은 나쁘지 않은 품질에 미래를 한 번 걸어볼 뿐이다.
-수록곡-
1. Take me to sunrise
2. Promise (When you go) [추천]
3. Metal [추천]
4. Breathe your air
5. Fitfully
6. Do or die
7. Blow out the candle [추천]
8. Secret love song
9. Open water
10. Blind [추천]
11. Snowburn [추천]
12. If you don't know by now
13. Fell asleep in the s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