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I Love You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
2026

by 이재훈

2026.10.12

발룬티어스는 단순히 백예린이 프런트퍼슨인 밴드로 정의할 수 없다. 발룬티어스는 철저하게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부르던 ‘Square (2017)’의 반대편에 위치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밴드의 탄생이자 존재 이유였다. 이러한 전제는 < Tellusboutyourself >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린 이미지에 반하는 기능은 더 이상 발룬티어스에서 독점하지 않게 되었다. ‘I am not your ocean anymore’ 같이 기존 이미지에 부합하는 곡의 비중을 줄이고 솔로 활동에서도 다양한 사운드와 분위기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밴드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구름의 탈퇴로 3인조가 된 것. 여기서 솔로 백예린과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새로운 총괄 프로듀서를 구한 < Flash And Core >와 다르게 발룬티어스는 남은 멤버끼리 이번 작품을 제작했다. 이러한 상태는 < “L” >부터 지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의 방향성은 다르다. ‘Velvet glove‘에서는 멜로디를 연주하는 기타와 맑은 목소리를 강조했고 ‘Starfish on your head’는 어쿠스틱 기타를 활용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전작과 다르게 < I Love You >는 다시 강렬한 록 사운드로 돌아간다. 특히 < The Volunteers >에서 드러난 그런지와 슈게이즈의 영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거의 모든 트랙에서 퍼즈 톤의 기타가 중심이나 하이라이트에 위치해 곡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특히 첫 트랙 ‘That’s my girl’과 이어지는 ‘White truck’까지 거친 질감의 기타가 인트로부터 등장하며 앨범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린다. 라이브 무대에서 미리 공개되었던 ‘White truck’을 비롯한 몇몇 트랙은 당시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현장감을 부여한다. 


목소리와 사운드 조합에 한계를 드러낸 과거에 비해 다양한 창법을 활용했다. ‘Broken wedding’은 음색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성량을 조명하고 ‘Our life is a constant western film’에서는 속삭이듯 끊어 말하는 방식과 직선적인 고음이 공존한다. 둘은 집중력이 흐트러질 법한 기점에서 다시 주의를 집중시킨다. 송라이팅이 발전한 ‘"RBF"’는 랩 하듯 음정의 변화를 적게 가져가면서 라임을 맞추거나 보컬에 변형을 가하는 시도도 있었다.


분명 많은 변화와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마음에 와닿는 작품인지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생각건대 개인 작품과 다르게 발룬티어스에는 주제가 되는 구심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홀로 있을 때의 감정들이 담긴 < Frank >, 불확실함에 대해 두려워하지만 결국 떠나기로 결심한 < Our Love Is Great >, 진정한 사랑에 대해 고찰한 정규 1집과 반대로 사랑을 거품이라고 말하는 2집은 음악과 담긴 생각이 모두 또렷했다. 


정돈되지 않은 3집까지는 적어도 혼란을 사운드로 표현하고 그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는 의지가 나타났다. 그에 비해 여러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밴드에서는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듯하다. 전달에 불리하다는 단점을 감수하고 발음의 편의를 위해 선택한 영어 가사는 이러한 단점을 극대화한다. 이렇듯 어딘가 공허하지만 < I Love You >는 발룬티어스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수록곡-
1. That's my girl 
2. White truck [추천]
3. Happysad
4. Angels
5. Broken wedding
6. Cool kids always late
7. Little riot 
8. Time (all yours..)
9. Our life is a constant western film [추천]
10. "RBF" [추천]
11. I love u
12. Out-of-body
이재훈(sngov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