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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Pieces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
2026

by 박시훈

2026.10.10

여전히 잔잔하고 굳센 파도가 밀어온다. 사랑이란 보편적인 토대 위에도 여러 감정이 피어나듯, 웨이브 투 어스의 나른한 기운은 지금껏 다양한 표정을 띠어 왔다. 섬광처럼 빛난 ‘Light’ 이후 각자의 계절 속에 스민 ‘Seasons’의  몽롱함이 이들의 스타일을 규정지었다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기류를 넓힌 < 0.1 Flaws And All. >은 밴드가 추구하는 아날로그 기법에 너른 생명력을 더했다. 흔하디흔한 일상의 언어와 생각을 물감 삼아 한 폭의 수채화로 그린 것만 같은 그런 음악. 두 번째 정규작 < Bad Pieces > 또한 이 물살을 따른다. 부정으로 얼룩진 기억들마저 이곳에서는 끝내 온화한 잔상으로 번져 간다.  

 

존 레논의 상징적인 평화 시위 ‘베드 인 포 피스(Bed-In For Peace)’에서 착안한 제목처럼, 본래 로파이한 음악 스타일도 신보에서만큼은 그 원류를 따른다. 재즈의 향취가 짙게 밴 ‘Everything comes and goes’나 날 것의 질감이 뒤섞이는 ‘Sing it all again’ 등 그동안 찰나의 감정을 붙잡았던 웨이브 투 어스의 연주는 이제 서늘하면서 포근한 바람이 되어 마음속 잔상을 흘려보낸다. 언뜻 이전과 차이가 없어 보여도 내부 설계는 낯선 이유다. 줄곧 노래해 온 사랑과 그 이면의 상실이란 감정을 앨범은 하나씩 끄집어내어 새롭게 바라본다. 이 지점에서 비틀스의 감성을 가득 머금은 ‘Courage’ 속 담담한 이별의 노랫말은 곧 지난 시절 자신들과 나누는 작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작과의 경계를 구태여 긋지 않은 전개는 휘몰아치는 파동에 질서를 부여했다. 새(‘Bird’) 한 마리가 남기는 심상조차 놓치지 않으려 했던 이들이 어느덧 종달새(‘Skylark’)의 자유로운 앞날을 빌 듯, 바보처럼 제자리로 돌아와 종전에 맡았던 향(‘Hyang’)에 취하듯,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은 정서가 몇몇 이질적인 사운드마저 웨이브 투 어스만의 고유한 색으로 물들였다. 모호한 일생 역시 그 자체로도 정답일 것이라는 ‘Heaven and hell’이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명징한 선율을 안기는 ‘Cherry flavoured love inside your heart’도 마찬가지다. 다정한 시선과 소리를 매만지는 디테일이 존재하는 한, 흩뿌려진 파편들 모두 밴드의 영감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걸어온 길에 추억을 묻어 두고 다음 챕터로 향하는 발걸음이 낭만적이다. 국내 인디 신의 유망주에서 세계 각지를 누비는 밴드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들 웨이브 투 어스 음악의 본질은 그대로다. 희망과 애정의 메시지를 온기 어린 멜로디에 실어 전하는 것. 아늑한 기조를 잇는 본작은 그간의 궤적을 모아 하나의 선명한 형태로 빚어낸다. 기존 작법에 변주를 가한 가운데 세부적인 톤 처리는 한층 능숙해졌고, 특유의 애틋한 구절에는 세월의 흐름이 깃들며 이 따스한 진동에 좀체 멎지 않을 떨림을 보탰다. 자극적이지 않기에 곱씹을수록 그 맛과 여운이 되살아나는 각각의 조각. 지구 곳곳을 스치는 이 잔향의 핵심이다. 


-수록곡-

1. Talking ‘bout you

2. Everything comes and goes [추천]

3. Babo

4. Sing it all again [추천]

5. Skylark

6. Courage [추천]

7. Cherry flavoured love inside your heart [추천]

8. Hyang

9. You

10. Heaven and hell [추천]

11. Closing.

박시훈(sihun66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