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강하고 흩어져도 강하다. 2010년대 중반 이래로 온갖 히트곡에서 울려 퍼졌던 프로듀서 태그 ‘Groovy everywhere’을 잠시 내려놓고 솔로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그루비룸, 그리고 그 중 아이온이라는 페르소나로 재탄생한 규정의 시선은 줄곧 EDM을 향해 있었다.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 이어 올 초 설립한 디제이 레이블 에어리어 엑스(AREA X)는 이 같은 행보를 더욱 큰 차원으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주말 파티의 플라이어마다 찾아볼 수 있는 쟁쟁한 플레이어들은 작품에 그대로 녹아들어 플로어의 열기를 재현한다.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 Cöurage >가 트랜스와 테크노를 중심으로 앨범을 믹스셋처럼 꾸린 결과물이었다면 < Xeöul >은 다르다. 참여진이 속한 이태원의 유행을 반영해 베이스 뮤직의 비중이 대폭 늘어났으며 주인공이 한 발 물러난 컴필레이션식 배열 덕에 트랙마다 협업자의 개성이 또렷이 나타난다. 자세한 면면을 들여다보기 전 먼저 두드러지는 흥미로운 특징은, 완전한 오리지널 믹스는 아닐지언정 일부 곡에서 공박을 앞뒤로 둠으로써 실제 믹싱에 사용되게끔 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객원 래퍼들에게 버스(verse) 하나를 맡기기보다 루프를 짧게 잡아 보컬 샘플으로 활용하는 기법 역시 취지와 맞아떨어진다.
‘폰 내려놔 (Phone down)’은 이러한 노림수가 제대로 적중한 경우다. 교조적 가르침 대신 군중을 자연스럽게 최면 상태로 만드는 구호가 육중한 드롭으로 모두를 이끈다. 디제이 코커(co.kr)와 보잭(bojvck)을 비롯해 뛰어난 작업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은 구성원들이 UK 댄스 뮤직과 브레이크비트 등의 세부 스타일을 보다 즐기기 쉽게 풀어낸 가운데 클럽 신에서 잔뼈 굵은 킹맥(KINGMCK)의 존재감이 단연 강렬하다. 초입을 차지한 트랩 ‘Trnstn’은 뒤따르는 곡들의 임팩트마저 흐릴 정도의 자극을 곧바로 안긴다.
단체의 첫발을 순조롭게 뗀 아이온에게는 커다란 과제가 남아 있다. ‘Haebang bounce’와 ‘Itaewonian funk’의 제목에서 드러나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 발매 이후 여러 행사를 통해 내비친 저변을 넓히려는 의지. 그렇다면 왜 이태원이어야 하는가? 최신 트렌드의 구현을 넘어 고유한 사운드 색채를 지닌 로컬 신을 형성할 수 있는가? 여전히 문화를 둘러싼 오해가 만연하고 현실적인 장벽 또한 가로놓인 지금, 마냥 순탄한 길은 아니겠지만 뜻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의기투합한 그에게 걸음을 멈출 이유는 없어 보인다.
-수록곡-
1. Trnstn (With KINGMCK) [추천]
2. Haebang bounce (With BRLLNT)
3. 폰 내려놔 (Phone down) (With DPR ARTIC & 나우아임영) [추천]
4. Don’t dance here (With 기리보이)
5. Hold it (Peak up) (With rom & BAAWLA)
6. Your Jordans are fucked up! (With ouidaehan)
7. Baya (With DJ co.kr)
8. Itaewonian funk (With 블라세 & DJ POOL)
9. Check !t out (With Bojvck)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