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쁜 습관을 향해 덤덤한 자조를 던진다. 진심 앞에서 솔직할 줄 모르던 방어기제가 결국 깊은 상처를 남겼을지라도 그 안에 웅크려 있을 생각은 없다. 내면과 현실, 전자 악기와 어쿠스틱을 뒤섞어 완성한 < Oh yeah? >는 숱하게 반복한 회피의 끝이 꼭 비극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랑하고 살아가려는 미성숙한 용기까지도 음악적 콜라주로 조형하는, 가장 스티브 레이시다운 방식으로.
복잡한 사운드의 추는 서사의 무게보다 표현의 심화에 실려있다. 앨범과 동명의 선공개 곡 ‘Oh yeah?’의 찢어지는 전자음으로 입장하면 머지않아 시저와 에리카 바두의 목소리를 빌려 성장기의 결핍을 비스듬히 전시한 트랙이 인도한다. 음계의 단순 반복으로 각종 중독을 다룬 ‘lovesexdrugbomb’이 장난스럽다가도 확장과 수렴을 거듭하는 후반부는 마침내 깊이감에 이른다. 친절했던 < Gemini Rights >보다 심오한 연출에도 전달력이 명확하니 몰입의 장치로는 충분하다.
알앤비의 넓은 포용력이 눈부시다. 멜로디 중심의 ‘The feeling’과 기타 선율만으로 공간감을 형성한 ‘Show you me’, 비틀린 풍자의 대상을 자신에서 세대로 넓힌 ‘Doom’의 록적 해석에는 변주에 대한 무한한 개방과 아티스트의 비규정성이 깊게 밑바탕을 이룬다. 장르적 유연함이 언어의 맥락 이상으로 기능한다는 증거. 문장마다 상투와 개인사를 넘나들어 두서없는 가사에도 쾌락 기저에 자리한 허무주의가 실감 나는 이유기도 하다.
장르 내 해체와 결합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고는 하나 전 세대의 진지함과 비교했을 때 확고히 구분되는 건 Z세대만의 즉각적인 무경계의 감각이다. 미학적 완성도와 페르소나보다 거침없고 직관적인 감정 묘사에 주안점을 두는 접근. 네오 소울계 대모와의 협업을 비롯해 ‘Bebe’ 속 1970년대 록 질감을 레트로의 도구가 아닌 재료로 운용하고, 성적 정체성을 전면에 부각하지 않는 태도가 모두 궤를 같이한다. 이 모두가 그저 사랑의 여러 면모를 파헤치기 위한 감정주의적 귀결인 셈이다.
파편화된 사운드와 산발적인 스토리 탓에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랑에 아파본 이라면 누구나 아는 회복의 진통, 동년배에게는 동질감을 일으키는 부족한 스스로를 직면하고 풀어내는 과정이 과감한 음향 사이에서 공감을 산다. 서툰 이기심으로 관계의 몸살을 앓았을지라도 음악에서만큼은 감추거나 포장하는 대신 무질서하게 펼쳐냄으로써 타인의 마음을 끌어모으는 것. 스티브 레이시가 세상에 제시하는 사랑의 기술이다.
-수록곡-
1. Oh yeah? [추천]
2. Is it cool? (Feat. SZA)
3. The feeling [추천]
4. Pure colour (Feat. Erykah Badu) [추천]
5. Show you me [추천]
6. Doom
7. Nothing
8. Lovesexdrugbomb (Feat. Cecile Believe)
9. Nice shoes / in your world
10. Bebe [추천]



